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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옹 스님 [상]

기자명 법보신문

‘간디 자서전’이 불법 귀의 계기

 

▲방에서 책을 보고 있는 서옹 스님.

 

 

사부대중에게 “가는 곳마다 주인공이 되고(隨處作主), 서는 곳마다 주체가 되라(立處皆眞)”며 ‘참사람운동’을 펼쳤던 서옹 스님은 1912년 충남 논산 연산면 송정리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삼촌 집에서 살게 된 스님은 연산보통학교를 다니던 열 살 무렵 서울로 올라와 죽첨보통학교(지금의 금화학교)를 거쳐, 이 학교 5학년 때 양정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그러나 스님은 양정고보 2학년 가을 어머니를 여의고 곧이어 할아버지까지 돌아기시면서 어린 나이에 의지하던 이들을 모두 잃고 말았다.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후 천지가 무너진듯한 슬픔과 절망감을 주체할 수 없었던 스님에게 한 줄기 빛을 내려준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양정고보 김교신 선생님이 추천해 준 ‘간디 자서전’은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삶의 문제를 심도 깊게 생각하고, 불교에 귀의하게 하는 연결고리가 됐다.


‘간디 자서전’은 비폭력주의를 표방하면서 인도의 독립과 나아갈 방향을 밝힌 간디의 삶과 사상, 업적이 ‘태어남과 그 집안’으로 시작해 ‘안녕히’까지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그려진 책이다. 간디는 잘 알려져 있듯 18세에 변호사가 되어 20년간 남아프리카에 머물며 인도의 권리를 위해 싸웠고, 1915년 귀국한 이후 1947년 독립 때까지 세 번의 대규모 시위와 11회의 단식으로 지배자 영국에 저항하면서 수차례 투옥되는 등 독립 투쟁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인도인들은 그런 그를 건국의 아버지로 부르고 있다.


스님은 이 ‘간디 자서전’을 통해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교서적을 탐독하며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난 후에 몰려든 극도의 허무감을 극복할 수 있었다. 훗날 “불교 책에 빠져 살다보니 불교라야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고, 인류를 구제할 길은 불교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후 인생 문제와 우주의 진리에 대해 고민하며 산 속에서 모기에 물려가며 사색에 빠지기도 했던 스님은 출가를 결심하기에 이르렀고, 출가를 반대하는 숙부에게 ‘인생문제를 해결해 주면 당장 출가를 포기하겠다’고 응수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숙부의 허락을 얻어 1932년 백양사 만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기에 이르렀다.


보통학교 시절부터 책에 파묻혀 살던 스님은 스승의 하명에 따라 오대산 한암 스님 문하에 들어가 수학하던 중 지인의 권유로 일본 유학길에 올라 임제대학에 입학했다. 이미 수많은 불교서적과 선서(禪書)를 탐독했던 스님은 이곳에서 다나베 하지메가 쓴 ‘정법안장의 철학적 사관’에서 선의 입장을 잘못 서술한 부분을 지적하는 한편 니시타 기타로의 학설을 뒤집은 논문, ‘진실자기(眞實自己)’를 써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때 스님은 “위대한 철학가가 세상을 잘못 보면 여러 사람을 그르치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일이 인연이 되어 천년에 한번 나온 석학으로 일컬어지던 경도대학 교수 히사마쓰 신이치 박사를 만나 매주 일요일마다 법담을 나누며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그리고 신이치 박사의 권유로 쓰게 된 ‘절대주체도’라는 논문은 이후 학교의 교재로 이용되기도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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