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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복 장군을 기억하십니까

기자명 이학종
‘김태복’이란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김태복 장군’이라고 하면 기억을 되살리는데 혹시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래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분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한다면, 6년 전 교회(6개소)와 성당(1개소)만 있는 부대에 ‘호국 백일사’라는 법당을 지었다는 이유로 기독교 신자인 부하의 거짓된 진술로 의해 억울하게 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불자장군입니다.

며칠 전 인사동의 한 막걸리 집에서 김 장군을 만났습니다. 그 동안 월 1∼2차례 안부와 근황을 살펴온 터라 답답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불자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진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그 의연한 자세는 여전했지만, 눈가에 스치는 서운함, 또 고통스러움의 기운까지는 사단을 호령하던 김 장군으로서도 감출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개종을 했다던데 그게 사실이냐고 자꾸 물어와요. 아마도 절(군법당)을 짓다가 희생이 됐는데, 불교계에서 반짝 관심을 갖다가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식으로 무관심해지니까 그런 이야기들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더 열심히 기도하고 절에 나가고 있습니다. 부처님께 의지하지 않는다면 좀처럼 견디기가 힘들지요. 특히 내자(아내)가 무척 고통스러워합니다.”

하기야 “이 문제는 김태복 장군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불교계의 자존심과 명예회복이 걸린 사안”이라며 강력한 목소리를 냈던 교계의 목소리가 지난 1년 동안 부지불식간에 잦아들더니, 이제는 아예 기억 속으로 아련하게 사라지고 있으니 당사자들이 겪는 고통과 실망감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여기서 불교계가 김태복 장군 명예회복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될 중대한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문제의 표피는 김태복 장군 개인의 고통에 있겠지만, 그 본질은 군내에서, 그것도 특히 장성이나 영관급 등 군 수뇌부 사이에서 나타나는 불교기피 현상이라는 것이지요. 군불교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군포교에 미칠 심각성을 잘 알 것입니다.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지난 해 10월 17일, 부하장교로부터 진급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선고를 받았던 전 해병대 사령관 전도봉씨가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고법은 당시 검찰의 공소사실이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이지요. 판결대로 전씨가 죄를 저지르지 않았겠지만, 당시 전씨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보여준 관심과 열기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사령관 재직시절(98.2.16) ‘해병대를 예수의 부대로’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던 전씨는 명예회복 후 당당하게 제대했고, 곧바로 해병대전우회가 주축이 된 ‘한국 그린피플연맹’ 총재에 취임했습니다. 또 전국 교회를 돌며 활발한 간증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의 김태복 장군은 지금 어떻습니까. 설상가상으로 별다른 이유 없이 1년 이상 대법판결이 미뤄지고 있어, 지칠대로 지쳐버린 그의 고통이 과연 그만의 짐이겠습니까.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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