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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정(定) ①

기자명 법보신문

정은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마음상태
산란한 마음 특정 대상에 집중시켜라

삼학의 두 번째 수행인 정(定)은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움직이지 않는 안정된 마음상태를 말하며 산스크리트어로는 사마디(samadhi), 음역해서 삼매라고 한다. 한편 선(禪)은 원래 삼매에 도달하기 위해서 마음을 한 대상에 집중하는 수행을 뜻하는 것으로 산스크리트어로는 드야나(dhyana)라고 하고, 이를 음역해서 선나(禪那)라고 하는데 줄여서 선(禪)이라고 한다.


보통 선과 정 즉, 사마디와 드야나를 합친 선정을 삼매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선정을 줄여서 정(定)이라고 한다. 우리는 선정을 얻기 위한 수행법을 흔히 지(止), 념(念), 선정명상, 또는 집중명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주의를 한 곳에 집중하고 유지함으로서 고요하고 평온한 흔들리지 않는 마음상태를 경험하고 계발하는 것이다.


삼학의 첫 번째인 계는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한 심리상태를 유발하는 행동과 불건강한 심리상태를 유발하는 행동들을 구분한다. 그런 다음 불건강한 생활습관과 패턴에 대한 주의와 조절, 통제능력을 향상시킴으로서 건강한 생활습관 패턴으로 변화하고 교정하는 일에 관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정은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내적, 외적 대상들에 의해 마음을 빼앗기고 산란하고 복잡해진 불안정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가라앉히기 위한 방법으로 특정한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명상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은 심리치유적 관점에서 볼 때, 일차적으로 불안하고 혼란된 마음에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직접적 역할을 한다. 나아가서 감정,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 결과 감정과 정서적 혼란으로 초래되는 주의조절 능력과 집중력의 결핍을 방지하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 사고능력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선정수행을 잘 닦아서 어지럽고 산란한 정서가 고요해지고 멈추어졌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물론 감정, 정서가 고요해지고 멈추어졌다는 표현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마음의 표면과 현상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정서나 감정은 마음의 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감정과 정서는 의식수준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표면이고 그 보다 더 깊은 심층에서 우리의 감정과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장본인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유식의 관점에서 보면 감정과 정서의 일차적 뿌리는 자아의식이다. 자아의식의 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거듭 언급했었지만 그래도 모든 고통과 갈등의 근원은 이 자아의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거듭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믿는다. 선정의 상태, 삼매의 상태에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멈추었다는 의미는 바로 이 자아의식, 제7 말나식이 움직이지 않고 멈추었다는 뜻이다. 즉, 아만·아애·아견·아치의 네 가지 작용이 그쳤다는 뜻이다.


가끔 선종의 간화선 수행이 체계적이고 기본적인 교리적 바탕이 없이 최고의 경지인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 한번에 바로 여래의 경지에 도달한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비판적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치유적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 즉 네 가지 자아의식을 내려놓기 위해서 어렵고 복잡한 교리공부가 필수조건은 아니다.


또한 선정수행의 과정에서 감정과 정서의 변화 상태를 엄청나게 세밀하게, 일일이 알고 알아차리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네 가지 자아의식이 멈추어지는 것도 아니다. 감정, 정서의 뿌리가 자아의식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들의 변화와 상태에만 매달린다면 오히려 목적 없이 헤매는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서광 스님
감정과 정서 상태를 자각하는 일은 어떤 정서적 변화과정을 추적하고 규명하는데 그 궁극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식의 작동을 멈춤으로서 우리들 존재의 실상인 연기적 삶과 관계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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