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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잠부 나무 아래에서 첫 선정

기자명 법보신문

농경제서 약육 강식 목격 측은한 마음 일으킨 태자

▲3~4세기, 간다라, 파키스탄 페샤와르박물관

부처님의 일대기에서 특히 중요시 되는 몇 장면이 있는데, 잠부 나무 아래에서 첫 선정에 잠긴 사건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는 주로 벼농사를 짓는 농경 사회였던 것 같다. 봄이 되면 파종에 앞서 올리는 농경제(農耕祭)는 한 해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행사였는데, 싯다르타 태자는 아버지 정반왕과 함께 그 행사에 참석했다.


농경제에 참석한 싯다르타 태자는 잠부 나무[閻浮樹] 아래에 앉아서 밭갈이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흙덩이가 부서지면서 벌레가 나오자 까마귀가 벌레를 쪼아 먹고, 또 지렁이가 나오자 개구리가 지렁이를, 뱀이 개구리를, 공작이 뱀을, 매가 공작을, 독수리가 매를 잡아먹는 광경을 태자는 목격했다.


약육강식의 광경을 보고서 태자는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되어, 나무 아래에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데 집중해 색계의 제1선정(色界初禪)을 성취했다.


다른 나무의 그늘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고 있는데, 태자가 앉아 있는 잠부 나무 그늘만 정오가 지났는데도 둥근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반왕은 자신의 눈으로 이 광경을 보고는 감탄해, “아, 거룩한 아들이여. 이것으로 너의 아버지인 내가 너에게 두 번째로 경배하게 되었구나”하면서 아들에게 사랑과 숭배의 마음을 담아 예를 올렸다.


잠부 나무 아래에서 첫 선정에 든 태자를 표현한 불전 미술은 간다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졌는데, 파키스탄의 페샤와르박물관 소장품이 유명하다. 잠부 나무 아래에 앉은 인물은 싯다르타 태자로 장신구를 걸친 채 깊은 선정에 들어 있다.


태자가 앉은 대좌에는 오른쪽 끝에서부터 채찍을 든 농부와 땅을 갈아 엎는 두 마리의 소, 불이 피어오르는 향로, 합장하고 서 있는 두 사람,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아들을 바라보고 있는 정반왕이 있다. 이 작품은 이야기 중심의 불전미술에서 단독의 예배상으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있는 것으로, 불전(佛傳)은 대좌에 작게 나타나고 예배상으로서 석가보살은 크게 표현되었다.


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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