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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대승불교는 사고방식의 혁명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 가르침은 지능의 소유욕 묽게 하고
자연적인 사고 방식을 인류 구원으로 확인

많은 분들이 부처님은 우리 중생들의 이상 그 자체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을 지난 회에 우리가 논박한 것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대승불교의 기본은 이상주의적 사고방식의 극치로서 부처를 생각하고, 또 고행을 생각하는 영웅적 금욕주의의 극한상황에서 나타나는 수행의 극치로서 부처님을 생각하는 순수주의적 사고방식을 지양하고, 대중이 일상생활속에서 부처를 부활시켜 스스로 부처가 되는 평이한 길을 실천하도록 하는 방편상의 가르침이다.


우리는 우리의 정신문화가 조선조를 지배해 온 이상주의적 주자학의 영향으로 너무 지나치게 원리주의와 순수주의에 물들어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그래서 추상적 명분의 요구는 강렬하나 구체적 실현의 방도는 아득한 주장만 쉽게 말하는 풍토에 우리가 빠져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임금에게 요순같은 성인이 되라고 요구하는 당위적 언명은 강렬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요순이 될 것인가를 임금에게 가르치지 않았다. 죽을 정도로 아무리 노력해도 요순이 될 수 없는 길이기에 요순이 된다는 것은 십만팔천리를 걸어가도 도달하기 힘든 까마득한 이상일 뿐이다.


어떤 형태의 이상주의는 결코 실현가능성과 실천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공허한 꿈의 외침이므로, 우리는 이상의 망상으로부터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도덕주의도 이상주의도 아닌 인생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르쳐 준 지고의 철학이고 사상이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어려운 개념놀이처럼 지식인들만 알아듣는 교리나 학설이 아니고, 지식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적청(赤靑) 신호등의 대대법과 같은 기호체계와 같다. 모든 개념철학은 다 지적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소유의 욕망을 지니고 있다. 돈을 갖고서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유나 명예를 취득하고자 하는 권력욕이나 다 소유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지식을 얻고자 하는 모든 학문도 다 지적 소유와 무관하지 않다. 도덕도 그 사회가 사회적 질서를 머금으려고 하는 소유욕을 반영한다.


인류는 그런 소유론적 욕망의 쟁취를 위하여 역사를 꾸며 왔다. 인류사가 바로 소유사라고 읽어도 무방하겠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바로 이 인류의 소유욕의 역사를 뒤엎은 사고방식의 혁명이다. 이 사고방식의 혁명은 일류사를 지배해 온 사회적 사고방식인 지능의 소유욕을 묽게 하고, 자연적 본능의 사고방식을 오히려 인류의 구원으로 생각하도록 한 혁명이다.


이 사고방식의 혁명은 소유론적, 지능적, 사회적 사고방식에서 존재론적, 본능적, 자연적 사고방식에로의 대체를 말한다.우리가 지난 회에 언급하지 못한 존재론적 사고방식의 의미를 지금부터 설명하려 한다. 흔히 불교사상을 무소유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것은 이치에 닿지 않다. 무소유로는 엄밀한 의미에서 인간의 사회생활은 불가능하다. 먹고 입고 배우는 모든 것이 소유이므로 소유없이는 기본적 사회생활이 성립되지 않는다. 탐욕과 기초 소유를 구분하려 하나, 그것도 엄밀히 따지면 애매모호하다. 자연과 달리 사회는 소유의 상징인 돈을 매개로 하여 교환이 이루어진다.


▲김형효 교수
따라서 사회적인 것은 소유적인 것이고, 또 인간의 지능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인간의 지능은 사회생활의 안락과 편리를 위하여, 그리고 더 큰 소유를 위하여 인간이 갈고 닦아야 할 능력이다. 그간에 사회생활의 교육이 모두 학교를 통한 지능의 향상을 위한 교육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무엇이 존재론적인 의미인가? 다음 회에 검토할 수 밖에 없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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