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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 스님 [상]

기자명 법보신문

‘조선불교유신론’서 개혁사상 정립

 

▲석주 스님은 야외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한국불교의 산증인’, ‘법사시대를 창조한 포교의 어버이’, 그리고 ‘시중 조실’로 추앙받는 석주(1909∼2004) 스님은 경북 안동 금계산 기슭 옹천 마을에서 태어났다. 진주 강 씨 집성촌에서 5형제 중 둘째로 자란 스님은 영민하여 일곱 살 어린나이 때부터 마을에 있던 사익재라는 글방을 찾아 ‘천자문’을 시작으로 ‘명심보감’, ‘동몽선습’, ‘사략’, ‘통감’ 등을 차례로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더 이상의 배움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가슴 속에 가득했던 어린 강계술은 결국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 상경, 필방을 운영하는 친척아저씨 집에서 생활하며 아저씨의 일을 도왔다. 그리고 거기서 필방 단골 손님 남전(1868∼1936) 스님을 만났고, 그 인연으로 아저씨가 빚보증을 잘못 서 사업을 접을 때 스님이 계신 선학원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남전 스님이 산문 밖 출입을 허락하지 않아 야학에서 신학문을 배우려던 생각을 접어야 했다. 그러던 중 어느 해 스승이 6개월 동안 선학원을 비우게 되자, ‘기회는 이때다’라는 마음으로 종로 청년회관 야학을 찾았다. 그곳에서 글을 익힌 스님은 그 뒤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면 인사동 책방에 들러 조선교육협회에서 발행한 교과서를 비롯해 ‘초등대한역사’, ‘고등소학수신서’ 등 민족교육용으로 쓰이던 책을 구입해 읽었고, ‘대한국어문법’, ‘조선문전’ 등도 공부했다. 또 ‘조선문단’이나 ‘개벽’ 등의 문학잡지를 탐독했고, 당시 순민족주의 잡지로 서재필 등 민족주의자들의 글이 실렸던 월간지 ‘동광’을 구독하며 사상의 폭을 넓혔다.


열다섯에 선학원 남전 스님 밑으로 출가한 석주 스님은 당시 스승과 인연이 깊었던 만해 스님의 심부름을 자주 하게 됐고, 스님 나이 열여덟에 만해 스님의 시집 ‘님의 침묵’이 출간됐다. ‘님의 침묵’에 민족 독립에 대한 신념과 희망을 사랑으로 노래한 88편의 시가 실렸으나, 당시에는 관심을 갖는 이가 많지 않았다. 때문에 석주 스님은 ‘님의 침묵’을 알리고 팔기 위해 책방마다 찾아가 시집을 돌렸고, 판매된 돈을 수금해 만해 스님에게 전하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만해 스님의 사상을 흡수하게 된 스님은 훗날 ‘조선불교유신론’을 찬탄하며 대중들이 읽고 받들어 실천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스님은 “근대 한국의 가장 위대한 선구자인 만해 선사는 1910년 탈고해 1913년 간행된 ‘조선불교유신론’을 통해 인간정신을 깨우치려는 높은 뜻을 폈다”고 역설하면서, 그 시대에 이같은 불교유신론이 나왔다는 사실은 경탄할 일임에 틀림없다는 찬사를 더했다. 만해 스님에 대한 흠모와 존경은 스님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고, 크고 작은 불교혁신운동에 참여하는 정신적 기초가 되었다.


만해 스님의 ‘님의 침묵’, ‘조선불교유신론’과 함께 스님의 혁신적 사고에 영향을 준 또 하나의 책은 ‘김옥균전’이다. 강원에서 이 책을 접한 스님은 개화사상가 김옥균의 개혁정신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1990년대 이 책을 거론하며 “지금 불교계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문제로 여긴다면 혁신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며 불교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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