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내용을 몰으면(모르면) 입을 닦(닥)치는 게 좋겠네요.”
4월22일 오후 조계종 미디어홍보특보 장적 스님이 본지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이다. 물론 스님도 때론 분을 참기 힘든 일도 있겠지만 총무원장 스님의 종책 특보를 담당하는 스님이 보낸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의 발단은 교구본사주지회의 취재과정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는 종단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종단의 최대 현안인 5대 결사, 대정부관계 등을 놓고 총무원과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기자들에게도 교구본사주지회의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총무원장 스님의 인사말까지만 공개됐고,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의 인사말이 끝나자 “회의장에 있는 기자들은 모두 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기자들은 회의장 밖으로 모두 퇴장했다. 바로 그때 조계종 미디어홍보특보인 장적 스님이 돌연 회의장 밖까지 따라 나와 자신이 주간으로 있는 언론사 기자를 회의장으로 불러들였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기자들에게는 아무런 설명이나 양해를 전혀 구하지 않았다.
본지 기자는 회의 직후 전화를 통해 장적 스님에게 ‘비공개 원칙을 깨고 특정 기자를 회의장으로 불러들인 일’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장적 스님은 “(내가 그 기자를) 불러들인 것이 뭐가 문제냐, 뭐가 불만이냐”는 말을 되풀이 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곧 “기분이 좋지 않다”는 문자메시지에 이어 “내용을 모르면 입을 닥치라”는 등 상식 밖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이날 회의는 총무원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 원칙으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미디어홍보특보인 장적 스님이 사적으로 특정 기자를 다시 회의장으로 불러들인 것은 총무원의 비공개 원칙을 스스로 깨는 동시에 총무원 출입기자들의 취재 형평성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분명한 해명이 없을 경우 오해를 낳기 십상이다. 그러나 장적 스님은 합리적인 설명은커녕 감정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