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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전시회

기자명 법보신문

진주 노스님은 손수 만든 염주 보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나눔’

지도법사 소임을 맡다보면 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벌이게 된다. 새벽부터 저녁 늦도록 병원에서 분주하게 지내다보니 간혹 뜻밖의 질문도 받게 된다.

 

 “이런 복잡한 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선방에서 수행에만 전념하고 싶은 때가 없느냐?”는 것이다. 그럴 때면 “병원생활이 즐겁다”고 간단히 말하거나 때로는 가벼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한다.


사실 일반인들도 주말이면 도시를 등지고 떠나는데 하물며 고요한 곳을 싫어하는 출가자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발심한 그곳이 도량’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병원은 그 어느 곳 못지않은 여법한 수행도량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일 속에서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정말 중노릇 잘해야 겠다’고 발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18일에 시작해서 5월6일까지 열고 있는 ‘붓다의 세계 나눔전시회’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실시하고 있는 이 전시회는 사찰이나 해외 등 약과 치료가 절실히 필요한 분들을 돕기 위한 기금마련 행사다. 처음에는 전시회를 할 만큼 물품이 마련될까 걱정도 했지만, 그 취지를 알려나가자 여기저기서 많은 분들이 돕겠다고 나서주셨다. 어떤 분들은 차를 보시하기도, 어떤 분은 자신이 소장하던 책을 선뜻 기증해주기도 했다. 진주 대원사 행돈 노스님도 그 중 한 분이시다.


노스님께서는 지난해 무릎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었다. 나는 아침마다 노스님을 찾아뵙고 안부를 물었다. 평생 산중 선방에서 지낸 노스님께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노스님께서도 그런 나를 마치 손주상좌처럼 허물없이 대해주셨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노스님께서는 퇴원하셨다. 그런데 얼마 후 노스님께선 병원을 다시 찾으셨다. 그리고는 내게 작은 나무상자 하나를 가만히 건네셨다. 뚜껑을 열어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연둣빛 고운 율무로 솜씨 좋게 매듭을 엮은 염주였던 것이다.


율무가 노랗지 않고 어떻게 이런 빛깔이 나올 수 있냐고 여쭸더니 스님께선 예전에 지장전 뒤편에 심은 율무가 익어 연둣빛을 띨 때 따서 만든 거라고 하셨다.


순간 뭉클했다. 매일 율무의 빛깔을 살펴보고 적절한 때 따서 그것을 하나하나 다듬고 매듭을 지었을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스님께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이 염주를 전시회에 내놓아 다른 인연 있는 분들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다. 스님께선 흔쾌히 승낙하셨다. 뿐만 아니라 얼마 뒤 더 필요할 것 같아 보낸다며 차걸이용 염주, 핸드폰 걸이 등 40여개의 염주를 더 보내주셨다.


또 청주에 거주하시는 범일 거사님은 자신이 직접 쓴 금강경 사경을 여러 부 보시해 주셨다. 건축 일을 하시면서도 1년 중 몇 달은 공주 동해사에서 정진을 하시는 거사님이 한 글자 한 글자 신심으로 쓴 사경이었다. 그밖에도 일주일에 몇 차례씩 달마시연회를 해주시는 법철 스님, 뉴질랜드에서 명상센터를 운영하시는 인철 스님 등 많은 분들이 나눔전시회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셨다.


세상을 맑히는 선지식은 깊은 산중에뿐 아니라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그런 분들이 바로 사바세계를 감싸는 관세음보살님의 손과 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나라고 그 분들처럼 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엽 스님 동국대병원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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