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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 스님 [하]

기자명 법보신문

“경전은 인생 이정표와 같은 것”

▲스님은 “경전은 이정표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석주 스님은 6년 행자생활 끝에 범어사 강원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불서를 접하고 불법을 배울 수 있었다. 사미과에서 ‘초발심자경문’등을 배우고, 사집과에서 ‘서장’·‘도서’·‘선요’를, 사교과에서 ‘기신론’·‘능엄경’·‘원각경’·‘금강경’을, 대교과에서 ‘화엄경’을 공부하는 등 출가 수행자로서 배워야 할 바를 익혀갔다. 특히 강원에서는 가르치는 스승과 배우는 학인 모두가 밤낮으로 열심히 책을 보았고, 학인들은 언제나 스승을 찾아 물을 수 있었다.


스님은 도반들간에 토론을 통해 자체적으로 경을 새기기도 하고, 때론 논쟁이 격해져 싸움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했던 이때를 일러 “돌이켜보면 이런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풍토 속에서 강주 스님들의 영향보다는 각자의 적극적인 노력과 도반들의 힘에 의해 공부가 늘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스님은 범어사에서의 6년을 평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유익하며 값진 시간으로 기억했다.


강원 교육은 이처럼 평생교육의 밑거름이 됐고, 스님은 “경전은 이정표와 같은 것”이라며 평생 경전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때 ‘왜 한글로 된 대장경이 없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됐고, 대중들을 위해 ‘팔만대장경을 한글로 번역하겠다’는 원을 세웠다. 그리고 1949년 운허 스님과 의기투합해 국문선학간행회를 만들어 여러 선서를 번역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역경에 대한 원력을 실천에 옮겼다.


그때까지 시중에서 대중들이 볼 수 있는 한글 불교서적은 ‘송주’, ‘관세음보살보문품’, ‘극락가는 길’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석주 스님과 운허 스님의 노력으로 1960년에 이르러서는 우리말로 된 ‘범망경’, ‘한글금강경’, ‘정토삼부경’, ‘사미율의 요략’, ‘사분비구니계본’, ‘보현행원품’, ‘유마힐경’을 시중 서점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석주 스님의 책 사랑, 불교사랑은 1961년 동국역경원 전신인 법보원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역경작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표출됐다. 법보원의 재정과 출판을 맡은 석주 스님은 운허 스님 번역의 여러 경전과 함께 김달진 번역의 ‘한산시’, 이종익 번역의 ‘현우경’, 박한영 스님 문집인 ‘석전문초’ 등 불자들이 꼭 읽어야할 중요한 경전들을 발행해 무상으로 법보시했다. 그리고 1964년 동국대 부설 동국역경원이 개원하고 운허 스님이 원장을 맡자, “한 종단에 두 개의 역경기관을 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법보원의 모든 판권을 역경원에 흔쾌히 넘겨주었다.


또한 어린이 불서 보급을 위해 한국불교아동문학상 기금 마련에 참여하기도 했던 스님은 2001년 9월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동국역경원의 한글대장경 총 318권 완간 회향법회를 “내 평생에서 가장 감격스럽고 보람 있는 날 이었다”고 할 만큼 역경에 심혈을 기울였었다.


칠보사에 거주하던 방에 책 이외에 특별한 것이 없었고,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신문과 책을 보았던 스님은 2004년 11월11일 봉은사 종루에 걸 주련을 쓰다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구십육년 세월을 되돌아보니/ 마치 왕자가 구걸다니듯 했네/ 오늘 아침 무거운 짐 내던지니/ 옛 모습 오롯이 본 고향이구나’라는 시를 남기고 3일 뒤 온양 보문사에서 세수 96세 법랍 81세로 입적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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