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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불탄절(佛誕節) 연등불사(燃燈佛事)가 끝나자 곧 여름 결제가 되니 우선 연등(燃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결제법문(結制法門)을 할까 합니다.
고인의 게송(偈頌)에 “개개면전명월백(箇箇面前明月白)이요 인인각하청풍불(人人脚下淸風拂)”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누구나 얼굴에는 해와 달이 밝게 비치고 발아래는 맑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다는 말입니다.
부처님과 중생이 똑같이 자성광명(自性光明)을 발(發)하고 있지만 업식(業識)에 가려져서 수용(受用)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생(衆生)인 것입니다. 연등법회(燃燈法會)는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자성광명을 찾아내서 부처님처럼 수용하자는 서원을 세우는 의식인데 요즘에 와서는 본원(本願)을 망각하고 사원경제(寺院經濟)를 충당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가는 감이 점점 짙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부자들이 공양 올린 등들은 다 바람에 꺼졌는데 빈자일등(貧者一燈)만이 유일하게 바람을 이겨냈다고 합니다. 신심이 부족한 화려한 등보다는 지극한 신심으로 밝힌 작은 등의 공덕이 더 수승하다는 것입니다.
금년 삼하결제대중은 바른 신심으로 바른 공부를 해서 불조의 본원에 어긋남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대혜어록(大慧語錄)에 “당초장위모장단(當初將謂茅長短)터니 소요원래지불평(燒了元來地不平)”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풀이 들쑥날쑥 났다고 해서 태워버리고 보니 땅이 본래 울퉁불퉁하더라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공부를 애써서 해도 생각이 바르지 못하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공부에 의심(疑心)이 나면 선지식을 찾아가서 의심을 풀고 가끔 조사어록을 살펴봐서 사견(邪見)이나 편견에 빠지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합니다.
야행(夜行)에 막답백(莫踏白)하라. 불수정시석(不水定是石)이니라.
밤에는 흰 것을 밟지 말라. 물에 빠지거나 돌부리에 채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