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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수행자 24시] 정토회 만일결사 13년 동참 유명규 불자

기자명 법보신문

“나를 변화시켜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길”

▲유명규 불자

새벽 5시, 유명규(무량안·56·사진) 불자는 서재에 모셔둔 부처님 사진 앞에 좌복을 펴고 가부좌를 틀었다. 이어 두 손에는 108염주가 쥐어지고 입에서는 불법승 삼보에 예를 올리는 예불문 소리가 나지막이 흘러나온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광명운대 주변법계 공양시방 무량불법승….”


반야심경과 삼귀의 봉독, 관음정근 및 108참회, 좌선, 경전 독송, 수행일지 작성 등 그의 새벽정진은 1시간가량 계속됐다. 유명규 불자가 정진으로 하루를 시작한 것은 13년 전인 1998년, 정토회 만일결사 제2차 1000일기도에 동참하면서다. 이후 그는 매일 1시간 자신을 돌아보며 정진하는 ‘수행’, 매일 일정 금액을 이웃과 나누는 ‘보시’, 매일 1회 이상 타인을 위해 선행을 베푸는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현재 그는 정토회 경기동부지부장 소임을 맡고 있을 만큼 신심 돈독한 불자다. 하지만 그는 정토회 만일결사에 동참하기 전까지는 가톨릭 신자였다. 13년 전 ‘불교에 대해 알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으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불법을 접하게 됐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켜 주위를 맑히고, 궁극에는 사회 전체를 불국토로 만든다’는 만일결사의 취지에 반해 불자가 됐다.


“불교대학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보살님이 만일결사 동참을 제안했어요. 막 불교공부에 재미를 붙일 때였지만 그리 믿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사라는 용어 자체에 덜컥 겁부터 나더군요. 더욱이 만일이면 30년 가까운 시간인데 과연 제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투자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 불자는 용기를 내 만일결사 제2차 1000일기도 9차 입제법회에 동참을 신청했다. 만일결사 동참을 제안 받은 후 100일만의 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내린 신중한 결정이었다.


“불법을 공부하면서 불교는 구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키는 종교임을 알게 됐습니다. 또 듣고 이해하고 믿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온몸으로 실천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남은 인생을 기꺼이 바쳐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기에 만일결사 동참을 어렵게 결정했습니다.”


굳은 결심으로 동참했건만 막상 결사는 생각처럼 녹록치 않았다. 결사 수행자들의 세 가지 약속 중 하나인 매일 새벽 정진을 하는 것도 그렇고, 매일 한 가지 이상 봉사를 실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었다.


“처음 1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기왕 시작한 일, 끝까지 해 내겠다’고 작심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을 다잡아야 했어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계속 밀어붙이니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완전히 순일해지더군요. 지금은 숨을 쉬는 것처럼, 밥을 먹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애를 쓰면서 그는 부처님의 법제자다운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갔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도 변화의 바람이 서서히 일기 시작했다. 먼저 두 아이가 엄마의 바뀐 모습에 반응을 보였다. 불교에 관심을 갖더니, 지금은 주위 사람들을 포교할 만큼 독실한 불자가 된 것이다. 처음 탐탁지 않게 여겼던 남편도 3년 전부터 만일결사에 동참, 이젠 매일 새벽 함께 정진하는 도반이 됐다.


“수행을 통해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가정에 다툼이 없어졌어요. 화를 내고 괴로워하는 모든 게 바로 나의 기준으로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제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됐지요. 그 마음을 내려놓으니 삶이 너무나 편안해졌습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해 불쑥 화가 일어나고, 괴로움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정진이 더해질수록 그 횟수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새삼 느끼곤 합니다.”


유 불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행복한 삶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켜 주위를 맑히고 궁극에는 사회 전체를 불국토로 만든다는 만일결사의 목표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존재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습니다. 불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행복한 삶으로 가는 첩경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최상의 효도이자,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지고한 유산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는 결코 바꿀 수 없습니다. 먼저 부처님의 법을 만난 사람들이 금강석 같은 신심으로 쉼 없이 정진해야만 그 길이 열립니다. 이 시대 결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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