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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스님 [상]

기자명 법보신문

‘범망경’ 길잡이 삼아 정진하라

▲스님은 범망경을 길잡이 삼아 수행할 것을 당부했다.

친인척 41명이 출가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일타 스님은 14세에 양산 통도사에서 고경 스님을 은사로 삭발염의했다. 나이 스물여섯에 통도사 강백이 될 정도로 경학에 밝았던 고경 스님 밑에서 공부한 일타 스님 역시 비범하기 이를데없었고, 특히 율장에 관한한 독보적 존재가 되었다.


출가 10년이 지나면서 위계질서가 문란한 승가를 보며 “부처님 율장에는 이런 현상들을 뭐라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즈음에 자운 스님이 ‘사분율’, ‘범망경’ 등 3권을 주어 율서를 읽기 시작했고, 이듬해 본격적으로 율 공부를 하기 위해 통도사 천화율원으로 자운 율사를 찾아가 ‘사분율’(60권), ‘근본율’(250권), ‘오분율’(50권) 등 율장 1천부를 1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에 독파했다. 실로 보통의 의지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일타 스님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그토록 무섭게 계율공부를 하던 스님은 그로인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대중공사가 열릴 때마다 불려다니는 등 불편한 일들이 생기자 회의가 들었다. 또한 그 무렵 “어릴 때 출가해서 나이 26살이 되도록 무엇 하나 뚜렷하게 이룬 것 없이 중 생활을 해왔는데 이래서 되겠는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화두 하나만 갖고 살다가 죽겠다’고 결심했던 발심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미련 없이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오대산으로 들어갔다.


오대산 서대에서 생식과 장좌불와로 그해 하안거를 마친 스님은 하안거 해제 후 7일 동안 매일 3천배 용맹정진을 하고는 “굳은 심지가 없이는 생사를 해결할 수 없다”는데 생각이 미치면서 오른쪽 네 손가락 열 두 마디를 부처님 전에 촛불로 태워 올리는 연비공양을 감행했다. 천화율원에서 율장공부에 신념을 다해 1년여 만에 율장 1천부를 독파한 것보다도 더 어렵고 불가사의한 일을 실현해 낸 것이다. 그리고는 홀로 태백산 도솔암으로 들어가 6년간 동구불출, 오후불식, 장좌불와라는 3가지 수행원칙을 세우고 목숨을 건 정진으로 일관했다.


이어 제방의 선지식을 찾아 정진하던 중 세월이 흘러 1976년 48세의 나이에 해인총림 율주로 돌아와 지족암에 주석하면서 ‘사미율의’와 ‘불교와 계율’ 등 율서들을 출판하며 일제강점기에 무너진 계율을 재정립하는데 전념했다. 그 중에서도 1992년 출간한 ‘범망경’은 대승불교의 청정 생활규범으로, 일타 스님의 엄격한 계율 해석을 담고 있어 출가수행자는 물론 오늘날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훌륭한 생활규범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타 스님은 “불법은 계율과 함께 영원히 빛을 발하고, 대승불교는 대승보살계와 더불어 수명을 같이 한다”며 출·재가 모두가 ‘범망경’을 올바른 길잡이 삼아 수행하고 신앙생활을 이어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스님은 “보살계의 갖가지 덕목으로 꾸며진 대승의 수레를 타고 나아가면 쉽사리 해탈의 저 언덕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보살계가 비록 10가지 무거운 계와 48가지 가벼운 계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48경계의 내용이 10중계보다 못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살도 정신은 48경계 쪽에 더 깊이 새겨져 있다”며 ‘범망경’을 가까이 두고 익혀 생활의 규범으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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