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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스님 [중]

기자명 법보신문

‘자경문’에 자기 살리는 길 있다

▲스님은 항상 순수한 초심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보조국사의 ‘계초심학인문’, 원효대사의 ‘발심수행장’, 야운 스님의 ‘자경문’을 하나로 묶은 ‘초발심자경문’은 불교입문의 지침서로 이 땅의 수행자들이 수백년 동안 이 책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고 선심을 길러왔다. 하지만 ‘초발심자경문’이 이토록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을 실감하게 할 만한 상세한 해설서가 나오지 않았던 시절, 일타 스님은 “‘초발심자경문’은 신심과 원력과 지혜가 저절로 생겨나게 해서 불법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된다. 분명 이 법문을 의지하여 살아가는 자는 길이길이 후회 없는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반드시 자기를 살리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며 직접 ‘초발심자경문’ 번역에 나섰다.


보조국사 지눌의 ‘계초심학인문’은 불교에서 ‘초심’과 상통한다. 우리네 삶에서 초심은 새로 구입한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나,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직장에 첫 출근했을 때처럼 순수함과 설레임을 동반한다. ‘계초심학인문’은 바로 그같은 초심자들에게 뚜렷한 지표를 심어줌으로써 마침내 부처를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첫 마음가짐에 대한 가르침을 모은 글이다. 그리고 일타 스님은 그 해설서로 ‘시작하는 마음’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항상 시작하는 사람이 되고, 모든 것을 비워버린 순수한 초심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이어 원효의 ‘발심수행장’을 강설해 ‘영원으로 향하는 마음’으로 펴냈고, 야운 스님의 ‘자경문’을 ‘자기를 돌아보는 마음’으로 펴내며 “자기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 마음을 돌아보고 점검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경문’은 야운 스님이 자기를 돌아보고 깨우쳐 가는 속에 참된 자유와 행복이 발현된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지은 글로, 비록 길지 않은 글이지만 구구절절 게으름과 방종을 막는 따끔한 일갈로 채워져 있다.


이렇게 ‘초발심자경문’에 대한 세권의 해설서를 내면서까지 이 책의 중요성을 역설한 스님은 “자기를 깨우치는 말씀으로 가득 채워진 이 책을 펼쳐보라”며 후학들을 경책하곤 했다. 그렇게 초심을 강조했던 스님은 윤회와 인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윤회와 인과를 철저히 믿고 내가 지은 업을 기꺼이 받겠다는 자세로 살아서 한시바삐 고통을 벗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참된 나의 주인공을 찾고 윤회와 업의 굴레를 해탈해 마음대로 오고 마음대로 가는 생사불이의 세계로 나아갈 것을 염원한 스님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시작도 끝도 없는 길’의 일독을 대중에게 권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스님은 책을 읽고 메모하기를 즐겼다. 1947년부터 1949년까지 통도사 전문강원에서 대교과를 마친 스님은 강원에서 ‘서장’을 배울 때 다섯 장이 넘는 분량을 하룻저녁에 외울 정도로 두뇌가 명석했음에도, 한국전쟁 시기 일본어로 된 세계문학전집 150권을 정독할 때 필요한 문장을 대학노트 20권 분량으로 메모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메모한 내용은 법문 때마다 인용했고, 그 법문은 훗날 20여권의 저서로 발간돼 대중들에게 가르침을 전했다. 그 중 ‘기도’는 일본에서 ‘불안으로부터 희망을 주는 기도’로 번역돼 1999년 일본 우량추천도서 10권 중 6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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