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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기까지 인도에 대승불교 교단 없었다”

  • 교학
  • 입력 2011.06.08 17:53
  • 수정 2014.10.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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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윌리엄스의 ‘인도불교사상’

대승은 교단 분열과 무관
내적 동기나 통찰 차이뿐
대승 시원 재가자와 무관
관상수행서 대승경전 성립

 

▲ 부처님이 대승경전인 '금강경'을 설했다고 전해지는 인도 슈라바스티 기원정사 터.

 

흔히 대승불교 기원은 부처님 입적 100년 무렵 분파된 대중부에서 비롯됐다거나 이론적인 탐구에만 몰두한 스님들에 반대해 재가자와 그들의 염원에 호응하는 출가자들에 의해 대승불교운동으로 전개됐다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탑과 사리신앙에서 대승불교가 비롯됐다거나 ‘초기→부파→대승’이라는 도식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대승불교 초기부터 독립된 교단으로 존재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여전히 많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문헌학적 검토와 새로운 고고학적 성과들이 쏟아지면서 이러한 학설과 견해들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오히려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대승불교의 기원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최근 번역한 영국 브리스톨대학 폴 윌리엄스 교수 등의 ‘인도불교사상’(씨·아이·알)은 대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사실들을 보여준다. 대승불교는 출가 수행자 중심의 운동이었으며, 그 대승을 지향하는 스님들 또한 적어도 4세기까지는 독립된 교단에서 활동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인도불교를 전공한 저자가 근래 다양한 연구성과들을 반영해 집필한 이 책에 따르면 불교에 있어 ‘교단분열’은 대승이냐 소승이냐 하는 교리적 불일치와는 무관하며 승원의 계율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이다. 승단에서 중시한 것은 기독교 전통과는 달리 ‘교리의 조화’가 아니라 ‘행위의 조화’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비구가 특정 학파의 율장에 의해 수계 받고 그 율장에 따라 생활하는 한 그는 그 학파의 승려로 규정될 뿐 그의 사상이나 주장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승을 따르는 사람을 만드는 것은 ‘고통을 겪는 중생을 버리는 어떠한 열반 속에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궁극적인 동기와 수행자의 지향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특정한 통찰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 통찰은 부파의 소속과 상관없이 다양하게 전개됐다는 것이다. 대승불교에 별도의 율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점과 대승경전에서 아라한만을 추구하는 소승의 해탈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승단 제도에 대해선 어떠한 적대감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동아시아 구법승들이 인도에 갔을 때에도 여전히 대승의 비구와 비대승의 비구가 한 공간에 생활했다고 기록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그렇다면 대승경전은 어떻게 편찬됐던 걸까? 혹시 대승불전 편찬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마치 붓다의 말로 포장했던 아닐까? 저자는 먼저 폴 해리슨 등 학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초기 대승불교도들의 다수가 산림에 거주하는 철저한 수행자들이었음을 명시하고, 경전은 그들 자신의 견해가 아닌 초기부터 알려졌던 ‘불수념(佛隨念)’ 수행에 의한 깊은 명상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불수념 수행은 부처님을 관상(觀像)하는 명상법으로 그것을 통한 깊은 통찰에서 붓다의 영상과 메시지를 거부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이를 체계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비로운 붓다는 열반 후 사라진 존재가 아니라 열반에 들지 않고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또 당시 많은 승원에 붓다의 사리가 모셔져 있었고, 그 사리를 통해 붓다가 마치 현존하는 것처럼 여겨지던 승단의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으로 그는 분석했다.

저자는 또 일각에서 대승불교 기원이 재가자와 관련이 있다는 견해와 관련해 특정 경전을 지나치게 문자적으로나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읽은 데에서 비롯된 오류로 간주했다. ‘유마경’ ‘승만경’ 등 경전은 경쟁관계에 있는 승려들과 연결된 비대승적인 견해를 비판하기 위해 재가 설시자의 수사적 기교들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그레고리 쇼펜이 ‘대승불교의 기원 혹은 성장과 재가자와의 광범위한 관련성을 입증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고고학적 사실을 언급하며 인도 비문에 대승불교에 대한 언급이 기원 후 5~6세기까지도 거의 나타나고 있지 않은 점과 대승경전에 비구니와 재가자가 등장하지만 비구들의 이미지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그 증거로 들었다. 

▲인도불교사상.
 

한편 이 책은 대승불교의 성격과 기원을 비롯해 붓다의 근본 가르침과 초기불교, 그리고 인도의 주류불교(부파불교)와 주요 학파들의 철학적 견해, 대승불교의 종교적·철학적 발전은 물론 그동안 외면되거나 잘못 이해된 탄트라 불교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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