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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산행

기자명 법보신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명상 산행
봉사의 참가치 되새기는 계기 돼

일상에 찌든 사람들에게 산은 일상의 전환이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새소리를 듣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도록 하고 동행한 사람들과 쉽게 친숙해지게 하는 것도 산이 갖는 미덕이다.


우리 병원법당에서는 지난 3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자원봉사자 분들과 산행을 다녀오고 있다. 아무리 자원봉사라도 일이 반복되다보면 지치고 회의감이 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무엇인가 삶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았고 그 방법으로 산행을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하루 산행이라도 의외로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정과 차량을 준비해야 하는 것에서부터 참가자들의 먹을 것까지 일일이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색다른 산행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피곤하고 따분한 산행이 된다면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일이 자칫 그 분들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처음 우리는 예산 수덕사를 중심으로 한 덕숭산을, 4월에는 괴산 채운암을 중심으로 한 도명산을 다녀왔다. 또, 지난달에는 수미정이 있는 용인의 한 야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산행에 동참했던 모든 분들이 한결같이 재미있고 좋았다고 했다. 그 성공비결(?)은 아마도 환경운동과 명상을 겸한 산행이라는 점에 있을 듯싶다.


산에 가면 먼저 1~2시간 소요되는 정상까지 모두 침묵할 것을 당부했다. 사실 현대인은 침묵이나 고요에 익숙하지 않다. 늘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거나 그렇지 않으면 텔레비전을 보고 신문, 잡지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것을 쉬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다보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행위는 무료하고 괴로운 일로 치부되고는 한다. 하지만 침묵이 바탕이 되어야 내면의 관찰이 가능하며 고요 속에서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나는 동참한 분들에게 나무와 새와 하늘과 땅을 느껴보라고 했다. 이 시간만큼은 사람이 아닌 자연과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처음에 어색해 하며 걷던 분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체에 몰입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자 이구동성으로 색다른 산행이었다며 어떤 분은 산에 자주 다녔지만 이처럼 산을 자세히 본 것은 처음이라고도 했다.
산에 오르는 길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었다면 정상에서는 마음을 풀어놓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미리 그곳을 답사할 때 정상에다 음료수를 묻어놓아 참가자들이 시원하게 목을 축일 수 있게 하고, 나무에다는 과자를 잔뜩 담은 양동이를 매달아 그것을 꺼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다 큰 어른들이지만 그 순간은 모두 동심으로 돌아갔다. 또 내려오는 길에는 절에 들려 기도를 한 후, 공터나 산장 같은 곳에서 준비해 간 요리재료를 나눠드리고 팀별 요리대회도 열었다.


일상에서 벗어나야 일상이 보인다. 비록 하루의 산행이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하는 일의 가치를 되새기고, 직원과 자원봉사자,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자 간의 서먹한 관계도 해소시켜 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6월에는 홍천 가리산 관음사로 산행을 다녀오려 한다. 이번에는 걷기명상, 쓰레기 줍기 외에도 특별히 노래자랑이나 시 낭송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 분들이 즐거워할 모습을 보니 벌써부터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대엽 스님 동국대병원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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