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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독-탐욕 ②

기자명 법보신문

원력은 필요이상 가져도 자신 해치지 않아
자비·사랑 실천이 탐욕서 자유로워지는 길

탐욕은 필요 이상으로 구하는 것, 과거에는 필요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원하고 구하는 것, 또 지금 필요하지 않은데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로 원하고 구하는 것 등과 관련된 욕구와 행위고 이해했다.


그런데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구해도 탐욕이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원력이라고 부른다. 탐욕은 탐하는 욕심(greedy desires)이지만 원력은 원하는 힘(power of wishes)이다. 탐욕은 자아중심적인 자아의식의 작용이고, 원력은 타자중심적인 자아초월적 작용이다. 탐욕은 자아만을 향해 있기 때문에 일방향적이다. 원력은 타자와 자아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양방향적이다. 그래서 탐욕은 소외, 우월, 좌절, 분노, 질투, 무지 등 부정적 에너지를 동반하고 원력은 자비, 지혜, 사랑, 용서, 평화, 감사, 기쁨 등 긍정적 에너지를 동반한다. 탐욕은 화와 다툼을 부르고, 원력은 자비와 평화를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누구도 항상 탐욕하거나, 항상 원력만으로 행동하고 존재하지는 않는다. 탐욕과 원력사이를 오가며 갈등한다. 우리는 때때로 자아중심적 상태에서 불쾌, 불안, 긴장, 짜증, 좌절, 소외를 경험하기도 하고, 자아초월적 상태에서 사랑하고 용서하고 감사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사랑을 받고, 또 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상적으로 보면 대개는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에 집중되어 있고, 드물게는 사랑을 주고 싶은 욕구에 집중되어 있는 이들을 볼 수가 있다. 전자는 탐욕으로 향해 있고, 후자는 원력으로 향해 있지만 그러한 에너지가 얼마나 극단적인지 또 원하는 것을 성취해 가는 과정에 자각이나 통찰이 얼만큼 개입하는지에 따라서 탐욕과 원력은 변화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탐욕과 원력이 뒤섞인 마음의 상태를 우리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탐욕하는 마음이 걸림돌을 만나면 탐욕은 분노와 공격성으로 변질된다. 그렇게 일어난 분노와 공격성의 강도는 탐욕의 크기와 정비례 한다. 탐욕의 극단에 자살과 타살이 도사리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원력이 걸림돌을 만나면 그 걸림돌은 디딤돌로 작용한다. 이는 마치 어리석은 자가 올바른 기법을 쓰면 올바른 기법이 도리어 그릇된 기법으로 바뀌고, 지혜로운 자가 그릇된 기법을 쓰면 그릇된 기법이 도리어 올바른 기법으로 바뀌는 이치와도 같다.


세상에는 우리가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들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랑을 주고받는 길에는 무수한 장애와 걸림돌이 놓여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다른 다양한 형태의 아동기 성장경험, 인간관계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각각은 지금-여기, 현재 우리들의 사랑, 삶의 경험 한가운데서 원력의 에너지로 우리를 성장시키기도 하고, 탐욕의 에너지로 끊임없이 우리들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우리는 아주 자주 원력과 탐욕, 성장과 파괴의 길목에서 서성이고 갈등한다. 우리의 내면은 이 둘의 끊임없는 투쟁과 싸움의 연속이다. 이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할머니와 손녀 햇님이 사이에서 오간 대화다.
할머니: 햇님아, 세상의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는 착한 여우와 못된 여우 두 마리가 살고 있단다. 착한 여우는 자비, 사랑, 고요함, 친절, 따뜻함, 지혜, 자각, 통찰 등으로 불리고, 못된 여우는 탐욕, 화, 분노, 미움, 질투, 어리석음 등으로 불린단다. 이 둘은 우리들의 마음 안에서 날마다 싸우고 다툰단다.
진지하게 듣던 손녀가 묻는다.
햇님이: 그런데 할머니, 그 두 마리 여우 중에 누가 이겨요?
할머니: 그야 당연히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

 

▲ 서광 스님

탐욕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탐욕을 직접적으로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보다는 올바른 것에 먹이를 주는 일, 즉 원력으로 자비, 사랑, 친절 등을 행하는 것이 바로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지름길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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