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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 스님 [중]

기자명 법보신문

“선가구감은 승속에 환영받을 책”

▲ 숭산 스님

‘금강경’ 사구게에서 불법의 정수가 여기 있음을 확신했던 스님은 이후 ‘잊어버리는 것이 불교’라는 어떤 스님의 말 끝에 뜻한바가 있어 출가를 결심했다. 그리고는 출가 열흘 만에 곧바로 100일 정진을 시작했다.


솔잎을 말려 빻은 가루로 끼니를 대신하며 매일 20시간씩 ‘신묘장구대다라니’ 염송을 하며 정진하는 동안 밤이면 하산을 결심해 짐을 꾸렸다가, 아침이면 다시 풀기를 9번이나 반복하는 등 번민도 적지 않았다. 또 무서운 환상에 시달리기도 하고, 즐거운 환상에 젖기도 했다. 그렇게 80일이 넘어서면서 다시 힘이 솟구치기 시작해 용맹정진을 이어갈 수 있었고, 마침내 예정한 100일이 되면서 모든 것이 고요해지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이 곧 참다운 자성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원각산하 한 길은 지금 길이 아니건만 / 배낭 메고 가는 행객 예 사람이 아니로다 / 탁, 탁, 탁 걸음소리는 옛과 지금을 꿰었는데/ 깍, 깍, 깍 까마귀는 나무 위에서 날더라”라는 시를 짓기도 했다.


스님은 그 길로 하산해 고봉 스님 문하에서 참선을 배웠다. 이후 수덕사에서 100일 결제를 나고 춘성, 금봉, 금오 스님을 찾아 법거량을 통해 인가를 받은 후 다시 고봉 스님을 찾아 몇 차례의 법거량 끝에 인가를 받게 됐다. 이때 고봉 스님은 “네가 꽃이 피었는데, 내가 왜 네 나비 노릇을 못하겠느냐”며 크게 기뻐했고, 22세 되는 1949년 1월25일 정식으로 법을 전하는 건당식을 열어 법을 전했다. 숭산이라는 당호도 이때 받았다.


불교는 마음공부라 했고, 선은 이심전심으로 전한다고 했다. 때문에 스님 역시 글에 얽매이는 대중들에게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을 많이 축적했어도 나 자신을 알고 진리를 구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선 수행을 통해 진리를 구할 것을 당부했다. 그렇다고 해서 스님이 책을 멀리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스님의 모든 법문과 가르침에는 조주, 혜충, 혜능, 동산, 남전, 덕산 등 옛 조사들의 가르침이 빠지지 않았다. 또한 수많은 법문과 글에서 ‘벽암록’, ‘임제록’, ‘조주록’, ‘무문관’ 등의 조사록을 인용하기도 했다.


스님은 그 중에서도 특히 ‘벽암록’을 특별하게 언급했다. “송나라가 금나라에게 일시 복멸을 보고 남송의 고종이 일어난 대변란을 전후하여 원오 선사가 저술하여 세상에 나온 책이나, 실은 선사께서 44∼45세경 학도를 위하여 강술하셨을 때부터 20년 후, 즉 선화 7년(1125)에서 건업 2년(1129) 사이에 걸쳐 비로소 세상에 공개되었으며 이는 선학도로서 중요한 서책”이라며 수행자들이 모범으로 삼도록 했다.


스님은 또한 선의 분류를 나누는데서는 규봉종밀의 ‘선원제전집도서’를 바탕으로 설명했고, 선의 본질을 이야기 할 때면 ‘선가구감’의 설명을 빌었다. 스님은 “‘선가구감’ 서문에 선은 신앙을 요구하는 종교가 아니고 깨달음을 가르치는 법의 문이라 하였다”며 선의 근본부터 이해하고 수행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선가구감’은 비단 참선학도뿐만 아니라 유불선 3도의 도학자의 지침이라고도 하겠으며 승속간에 대단히 환영을 받고 있는 서책”이라며 모두가 일독하고 깊이 새길 것을 당부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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