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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소승과 대승의 나눔

기자명 법보신문

소승법이 도덕윤리적 차원의 설법일 때
대승법은 존재론적 의미를 간직한 차원

우리는 사회생활을 포기할 수 없고, 불법을 버릴 수 없다는 이중적 딜렘마를 알고 있다. 사회생활은 소유의 길을 가게하고, 불법은 존재론적 길을 가야하는 초점 불일치의 어려움을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불법은 사회생활 속에서 존재론적 길을 가야하는 난해한 길의 선택을 요구한다. 여기서 불법수행의 어떤 결단이 요청된다. 자의식을 어떻게 하면 무화하거나 줄일 수 있겠는가? 우리는 자의식을 무화하거나 줄이려고 하면 할수록 자의식의 강도가 더 뚜렷이 각인되고 부각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나를 지우려고 노력하면 그만큼 그 자의식이 더 예리해지는 역설을 너무나 자주 경험한다.


여기서 우리는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하나의 역설인 대승의 방도를 익힌다. 그 방도는 소승의 도덕적 정공법 대신에 대승의 존재론적 사고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대승의 사고방식은 자의식을 무아의 공으로 대입하는 대신에, 자의식을 더 크게 확장하고 키우는 대체법을 말한다. 즉 자의식을 애국의식이나, 인류의식, 그 보다 더 큰 모든 중생의 생명의식으로 더 크게 확장하고 키우는 이른바 자아의 확장을 말한다.


보통 우리 중생들은 좁아터진 이기적 자아나 기껏해야 가족의식의 정도로 자의식을 갖고 사는 것이 고작 전부다. 그런 조그만 자의식을 더 큰 나라생각이나 인류애, 또는 모든 중생들의 생명을 하나로 안는 즉 원효대사가 말한 일심의식으로 대체하는 사고방식이 바로 대승적 사고의 교체이겠다.


자의식의 외연적(外延的=개념의 의미가 적용되는 외적 범위) 범위가 이처럼 넓어지는 경우에, 내가 소유주로서 작용하던 것이 어느듯 존재론적인 의미로 돌연히 탈바꿈하게 된다. 내가 나라를 소유한다든지, 인류를 내 것으로 만든다든지, 더 나아가서 중생을 소유한다는 것은 개미가 태산을 소유하겠다고 꿈꾸는 것처럼 불가능하다. 부처님의 소승법이 주로 도덕윤리적인 차원의 설법이라면, 대승법은 존재론적 의미를 간직한 차원의 것이다. 도덕윤리적 차원에서 부처가 된다는 것은 차욱차욱 한단계 한단계씩 밟고 올라가야 하는 점진적 길일 수 밖에 없다.


이 소승적 도덕윤리적 길이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사회생활에서 인간이 꼭 지켜야 하는 인간됨의 길을 포기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처님이 전법생활의 초기에 소승적이고 도덕적인 ‘아함경’ 시절의 설법을 보내신 까닭이 여기에 있었으리라. 부처님의 제자는 마땅히 도덕적 해이에 빠진 반도덕론자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덕론은 정신적 소유론의 경지를 굳건히 지키는 차원을 벗어나지 않는다. 즉 도덕론은 존재론적 차원의 시원한 혁명적 길을 개척한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비도덕적 사람이 존재론적 사고방식에 이르기 어렵지만, 존재론적 사고방식은 도덕적 사고방식으로 제약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존재론적 사고방식은 일체의 소유의식을 초탈한 차원으로서 어떤 규칙의 준수나 행위의 얽매임에서부터 해방된 마음이기 때문이다.


도덕의식은 선의 소유라는 자의식을 벗어던진 그런 차원이 아니다. 도덕의식은 인간의 떳떳한 사회의식이지만, 정신적 선의 소유의식을 벗어난 해탈은 아니다. 우리는 부처님이 대승의 길을 설파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 불교는 도덕의 길을 존중하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 김형효 교수

왜냐하면 그 길도 정신적 소유의 길이기 때문이다. 이 길은 ‘증도가’의 영가대사가 말한 ‘근원에로 바로 달려가서 깨치는’ 길이 아니다. 영가대사가 설한 그 길은 점진적 점수의 길이 아니라, 돈오적 사고방식의 전환을 말한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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