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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 스님 [하]

기자명 법보신문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 서문 직접 써

 

▲ 스님은 소승과 대승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

 

 


1972년 46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간 숭산 스님은 서양의 젊은이들에게 “불경을 독송하든, 성경을 독송하든, 아니면 코카콜라를 되풀이 읊조리든 그 마음이 중요하니까 다 괜찮다”며 “종교가 해야 할 일은 인간성 회복”임을 강조했다. 영어가 유창하지 못했음에도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한 얼굴로 보여주는 본래 마음과 그 마음을 강하게 전달하는 할이 있었기에, 단어 나열식 영어만으로도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울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미국은 물론 체코, 아프리카 등 전 세계 32개국에 120여개에 달하는 포교센터를 세울 수 있었다.


스님의 가르침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지혜가 있었기에 이국의 젊은이들에게 쉽게 전달됐고, 그 영향으로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한국불교로 출가했다. 그런가하면 ‘부처님 머리에 재를 털면’, ‘오직 모를 뿐’ 등 여러 책을 통해 가르침을 전했고, 그 가르침은 진 스미스가 각국의 선불교 선사들이 펴낸 책 중 에센스를 골라 매일 한 가지씩 읽고 음미할 수 있도록 엮은 ‘365일 선’에 18편이 수록되는 등 반향을 불러왔다.


스님은 또 서양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포교에 나선 만큼 서양철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철학서적을 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법문 때마다 불교의 옛 선사들은 물론 스콜라, 칼 맑스, 칸트,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등 서양철학자들의 사상을 인용한데서 그 깊이를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스님은 가르침과 진리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동서양은 물론, 소승과 대승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 그 중 스님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대목이 상좌부불교의 대표적 스승 아잔 차 스님의 가르침이 담긴 책에 서문을 쓴 일이다. 간화선 수행자인 스님이 상좌부불교의 수행법을 다룬 책에 서문을 써서 칭송했으니, 어쩌면 이보다 더한 파격도 없었을 것이다.


스님은 이미 여러 권의 불교명상 서적을 발간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잭 콘필드가 아잔 차 스님의 가르침과 여러 일화들을 엮어 만든 책 ‘A Still Forest Pool’의 서문을 썼다. 아잔 차 스님이 말하는 위빠사나의 핵심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고, 엮은이 책 콘필드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면서 ‘남방의 따뜻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와 스님의 유머, 소박한 삶이 법문과 일화들 속에 잘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은 책이기도 하다. 또한 ‘세상에 법 아닌 것은 없으며 어디에나 법이 있기에 알아차림을 유지하라’는 아잔 차의 가르침은 숭산 스님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였을까. 숭산 스님은 이 책의 서문에서 “만일 그대가 어떤 관념에든 집착하고 있거나 어떤 생각이나 견해를 붙들고 있다면 그대에게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모든 관념과 견해를 내려놓는다면 진실은 바로 그대 눈앞에 있다”면서 “위대한 스승 아잔 차 스님은 이미 그대에게 위대한 진리와 바른 삶을 전해 주었다. 부디 그대들이 이 책을 통해 참된 길을 찾고 깨달음을 얻어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구제하기를…”이라며 반드시 읽어보고 가슴에 새길 것을 권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1997년 ‘고요한 숲속의 연못’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2000년대 들어 ‘아잔 차 스님의 오두막’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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