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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독-화②

기자명 법보신문

화의 정화는 무아에 대한 깨달음 과정
자비명상은 화를 다스리는데 효과적

화의 근본 뿌리는 유식의 제7마나식인 자아의식과 관련돼 있다고 했다. 즉 화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나’의 프라이드를 건드리거나(아만), 나의 이미지, 생각에 위배되거나(아견), 또는 나에 대한 사랑이 상처를 입었다고 느낄 때(아애), 그 사실에 대한 성냄이고 그와 연관된 대상을 향한 공격성이다.


화의 에너지를 정화하고 해독하는 과정은 자아의식의 작용을 완화시키고 멈추게 할 수 있는 무아에 대한 깨달음의 과정이다. 그러나 무아에 대한 깨달음은 화에 국한되지 않고 탐욕, 어리석음, 거만함, 질투, 아첨 등 일체의 부정적 심리상태를 멈추게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길은 너무 멀고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우리는 매순간 뭔가 우리의 기대와 뜻에 어긋나는 일로 너무나 자주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그러므로 화에 초점을 맞춘 실천 수행법이 당장 필요하다.


불교는 수행하는 이의 특성과 목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명상 방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 방식은 궁극적으로는 무상, 무아, 공 등에 대한 깨달음으로 인도하고 가깝게는 상식과 교양수준을 벗어난 사회적 행동과 심리적 증상들을 정화하고 해독한다. 이를테면 탐욕이 많은 이들은 오온 또는 부정관(不淨觀)이 좋고, 화가 많은 이들은 자비명상이 효과적이다.


자비심은 화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적극적인 표현형은 물론이고 간접적이고 억압적인 간접적 표현형을 위해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대개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의 일차적 피해자는 그 주변 사람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화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형은 그 주변 인물들로 하여금 늘 불안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그들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느끼는 불안이나 긴장감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를 쉽게 드러내는 사람은 자비수행의 대상으로 제일 먼저 자기와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사랑하는 그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한다. 그러한 자비명상의 과정들은 상대방을 향한 자신의 애정과 주의를 환기시키고 자기중심적인 에너지를 타자 중심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한편 화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억압하고 냉소적·회피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자비명상의 대상으로 너무 가깝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그들은 가까운 사람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화내기 보다는 주로 참고 인내해 온 대상을 향해서 자비명상을 하는 것은 당장은 좀 무리가 따를지 모른다. 그러므로 이들은 특별하게 개인적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명상하고 그들의 행복, 평화, 안전을 기원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갈수록 우리 사회는 화로 인한 공격적 행위에 대해서 무신경해 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청소년 폭력과 아동,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학대에 대해 놀라울 만치 너그럽다. 그러나 그것은 너그러운 것이 아니라 무지하고 저급한 문화, 사회임을 입증하는 징표다. 왜냐하면 동에서 뺨맞고 서에서 화풀이 한다는 속담도 있듯 화는 주로 강자가 아닌 약자를 향해서 표출되고, 항상 희생양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수준이 높고 건강한 사회일수록 화의 공격적 행위에 대한 처벌은 엄격하다.

 

▲ 서광 스님

그렇지 않으면 인간사회라기보다 약자가 보호받을 수 없는 약육강식의 동물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성숙한 개인, 사회일수록 화를 다스리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와 책임으로 인식한다. 화는 우리의 평화, 사랑, 안전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무서운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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