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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 스님 [중]

기자명 법보신문

‘반야심경’ 공 사상이 불법 핵심

▲ 스님은 많은 법문에서 ‘육조단경’을 인용했다.

무아·무소유의 삶을 살아간 우리시대 큰 스승 청화 스님은 언제나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스스로도 출가 이래 단 한 번도 수선안거를 어긴 일이 없을 정도로 철저했다.


스님의 평생 화두는 ‘중도실상(中道實相)’이었다. 그래서 “선이란 우리 마음을 중도실상인 생명의 본질에 머물게 해 산란하지 않게 하는 수행법이다. 중도실상에 입각하면 회통이 된다. 중도실상의 안목을 가지고 바른생활을 해야만 바른 깨달음이 가능하다”고 했다. 뿐만아니라 돈점(頓漸) 논쟁에 대해서도 입장이 분명했다. “돈오돈수는 성철 스님이 만들고 돈오점수는 보조 스님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돈오돈수란 성철 스님이 처음 말한 것이 아니라 ‘육조단경’에 명문으로 나와 있으며, 돈오점수도 보조국사가 만든 것이 아니라 불교의 흐름이 다 돈오점수”라는 입장이었다.


스님은 선 공부를 하면서도 선어록이나 선서를 자주 찾아봤고, 특히 ‘육조단경’은 여러 곳에서 인용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읽고 익히기를 권했다. 그리고 “참선이나 염불, 무슨 공부나 다 하나의 공부”라며 “‘육조단경’에 내 법은 본 성품을 안 여읜다는 말씀이 여러 군데 있는데, 본 성품을 안 여의고 공부를 해야 참다운 공부이고 그래야 참선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 공부에 전념한 선승이지만 교학이나 외전에 있어서도 대단한 박학이었다. 외전에 있어서는 철학서나 과학서를 가까이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도 매년 한번씩은 ‘신약성서’를 본다고 했을 만큼 다른 종교 경전 보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스님은 “기독교인이라도 ‘반야심경’이나 ‘법화경’, ‘화엄경’ 등 중요한 불경을 연구해야 불교사상의 핵심을 알 수 있고, 불교인도 기독교 성전인 ‘바이블’이나 이슬람의 ‘코란’도 공부해야 한다”며 “예수와 마호멧의 본뜻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그 속에 들어 있는 알맹이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종교간 소통을 위해 상대 종교의 경전을 읽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불교 교학에 있어서는 언제 어디서 어떤 참구가 들어와도 즉문즉설을 펼칠 만큼 그 깊이가 남달랐다. 그 중에서도 ‘반야심경’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이 적지 않다. 스님은 “‘반야심경’ 공부가 굉장히 중요하다. 부처님께서도 반야바라밀을 알아야 대승이라고 하셨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죽듯이 반야를 떠나는 것은 마치 물밖에 난 고기와 같다”고 할 정도로 ‘반야심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스님이 ‘반야심경’을 통해 공(空)한 도리를 알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반야심경’을 즐겨 독송하는 것은 이 경전에서 강조하고 있는 제법공이 바로 부처님 법문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했던 스님은 “‘반야심경’은 출가하고 12년이 되도록 몇 천 번은 읽었으나, 그래도 제법공(諸法空) 도리가 와 닿지 않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스님이 이렇게 반야심경의 공 사상에 천착한 것은 “반야사상이 모든 철학의 기조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그것을 ‘무(無)의 자각적 한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심정섭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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