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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법인①

기자명 법보신문

용수 보살 “사바세계·열반 다르지 않다”
서양 심리학·심리치료와 차별되는 핵심

지난 호에 우리는 무지에 대한 주제를 통해 삼법인을 대략 이해했다. 그런데 더러는 삼법인과 사법인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다소 혼동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원래 상좌부로 대표되는 남방불교에서는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를 세 가지 특징, 즉 삼특상(三特相, Three Marks/Characteristics of Existence)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설일체유부로 대표되는 북방불교에서는 제행무상, 제법무아, 열반적정을 세 가지 법의 도장, 즉 삼법인(三法印, Three Dharma Seals)이라고 부른다. 삼특상은 초기불교의 빨리어 원문인 ‘ti-lakkhana’의 번역이고, 삼법인은 대승불교의 산스크리트어 원문인 ‘tri-dharma mudra’의 번역이다. 초기, 대승, 선, 밀교 등 다양한 불교 전통들이 함께 공존하는 미국의 경우 체계적 구분 없이, 삼특상의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에 열반적정을 더해 사법인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삼특상과 삼법인에 대한 차이를 교리적으로 논하자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차이까지 광범위하게 논의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이글의 취지를 넘어서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다 실용적이고 응용적인 관점에서 이 두 전통의 가르침을 통합적으로 접근해 보자. 우선 초기경전에서 무상, 무아, 고를 깨달으면 해탈을 성취한다고 가르친다. 이를 달리 표현해서 해탈로 들어가는 데는 세 개의 문, 즉 삼해탈문(三解脫門, three gates/doors to/of emancipation/liberation)이 있다. 무상(無常)에 대한 자각을 통해서 증득하는 무상(無相)해탈문, 무아(無我)에 대한 자각을 통해서 증득하는 공(空)해탈문, 고(苦)에 대한 자각을 통해서 증득하는 무원(無願)해탈문이다.
개인적으로 삼특상과 삼해탈문에 대한 이해는 중론에서 용수보살이 말하고 있는 사바세계와 열반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사바세계는 곧 고통을 상징하기 때문에 용수보살의 표현은 ‘고통=열반’이라는 등식으로 이해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러한 등식은 깨달음의 수준에서 본 절대적 관점일 뿐, 현상적 관점에서는 하나의 관념에 불과해 보인다. 다시 말해서 고통받고 있는 우리들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고통은 온 몸과 온 마음으로 경험되어지는 생생한 느낌, 감정, 정서적 체험이기 때문에 결코 고통을 열반과 동일시하는 가르침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용수 보살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수준(초세간적 지혜)에 미처 이르지 못한 우리들이 그것을 머리로 받아들이게 되면 연민심을 증장시키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어떤 스승들은 제자들의 고통에 상당히 무신경하고 배려심이 부족하다. 그들은 개인적인 조건과 상황, 소위 말하는 제자들 각각의 근기에 무지하다. 그 결과 제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대신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학대에 가까운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나 가르침이 제자들의 건강한 심리상태(善心所)를 유발함으로서 깨달음을 촉진시키는지, 아니면 불건강한 심리상태를 자극함으로서 도리어 어리석음을 증장시키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어쩌면 그러한 무지의 근원에는 고통이 곧 열반이라는 등식에 대한 착각이 전통적, 집단무의식적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수보살의 ‘고통=열반’이라는 등식은 불교심리학, 불교심리치료를 다른 여타의 서양 심리학, 심리치료와 분명하게 차별짓는 아주 중요한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고통이 왜 열반과 같은 것인지 그 의미를 명료하게 이해해야만 한다. 
 

▲서광 스님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아픔을 호소하는 제자들에게 고통의 무게를 더해 주는 잔인함을 행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고통이라는 명약을 빼앗고, 대신 사탕을 안겨주는 어리석음을 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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