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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어느 스님의 빗나간 기도비

기자명 법보신문
  • 기자칼럼
  • 입력 2011.08.04 20:45
  • 수정 2011.08.04 21:02
  • 댓글 0

부산 범어사의 새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6개월여 앞두고 최근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스님이 말사 주지 스님들에게 기도비 명목으로 거액의 돈봉투를 돌려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스님은 해당 말사 주지 스님들에게 “부산시 ○○구 ○○동 ○○암 ○○생 이○○, 범어사 주지 당선을 기원합니다”라는 자신의 당선 발원문과 함께 기도비와 대중공양 명목으로 300여만원의 돈을 봉투에 담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스님은 지금까지 40여곳의 주지 스님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되자 이 스님은 “선거기간도 아닌데다 주지 후보로 나오는 사람이 기도해달라는 것이 무슨 문제냐”며 “기도비 내는 게 불법이면 신도들에게도 기도비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냐”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사찰에서 신도들이 자신의 발원성취를 염원하며 기도공양을 올리는 것은 절집의 오랜 전통이다. 그러나 스님이 자신의 주지 당선을 발원하며 유권자 스님들에게 기도비 명목으로 돈을 돌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세간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스스로 주지 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힌 만큼 기도비 여부를 떠나 그 돈이 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혀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또 출가수행자가 혼탁한 세간의 정치인들처럼 기도비를 건네고 당선을 발원하는 행위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그 동안 조계종은 각종 선거 때마다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인신공격은 물론 표를 대가로 금품이 오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교구본사에서는 선거과정 중 빚어진 금품수수혐의로 본사 주지가 법정 구속되는 사건이 방송에 보도되면서 사회로부터 거센 지탄을 받기도 했다. 또 선거가 승가를 타락시키고 불교를 망친다는 ‘선거망종론(選擧亡宗論)’이 제기됐으며, 조계종 선거제도를 아예 없애든지 그렇지 않으면 전면적인 보완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잇따랐다.


조계종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금품수수를 엄격히 금지시키고, 선거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또 다시 금품살포나 비방 등 구태 선거가 재연된다면 조계종이 세간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스님들을 믿고 따르는 불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권오영 기자

논란이 된 당사자 스님은 순수한 뜻이었음을 강변하기에 앞서 자신의 행위로 인해 종단의 공정선거의 원칙에 금이 가고, 그로 인해 승가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질 수 있음을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다.


권오영 기자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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