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바라밀-보시

기자명 법보신문

육바라밀은 고통에서 해탈로 가는 뗏목
탐진치 다스리는 최상의 수행법은 보시

육바라밀은 깨달음을 구하는 중생, 즉 보살로 하여금 고통의 이 언덕에서 해탈의 저 언덕으로 건너가게 하는 뗏목 또는 나룻배와도 같은 것이다. 또한 불교수행의 궁극적 목적인 이고득락(離苦得樂),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해방을 성취하고 완성하는데 필요한 여섯 가지 수단이다.


여섯 가지 수단 가운데 첫 번째가 보시바라밀이다. 보시는 흔히 베푸는 것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주는 것만이 아니라 받는 것도 포함된다. 주고받는 것이 물질에 해당하면 재시(財施)라 하고, 진리에 대한 가르침이면 법시(法施)라 하고,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주는 마음치료에 해당하면 무외시(無畏施)라 한다.


그런데 보시하는 것이 어떻게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깨달음을 완성하는 제일의 길이 되는가? 그것은 보시의 궁극적 기능이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내려놓는 최상의 방법이고 또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베풀지 아니하고 진정한 마음의 평화, 영적 성장에 이르는 길은 없다고 할 것이다.
왜인가? 베푸는 행위는 ‘나’라는 자아의식을 약화시키고, 포기하는 무의식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나’라고 하는 대상의 범위를 자기 자신의 육신과 마음에 한정시키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때문이다. 즉,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서 주는 ‘나’와 받는 ‘대상’이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체험적으로 깨달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보시는 자신에게 집착하고 한정된 자아의식이 타자에게로 이동함으로서 확장된 자아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효과적이고도 신비한 방식이다. 왜냐하면 보시하는 행위는 또 다른 보시바라밀을 낳고, 그 보시바라밀은 또 다른 보시바라밀을 낳고…. 끊임없이 파생되고 퍼져나가는 엄청난 파급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에서 베풀 수 있는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보시바라밀도 타자의 마음을 움직임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움직이고, 우주를 움직이는 위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보시바라밀이 그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보시바라밀이 보시자의 아집을 떠나서 자아의식을 확장하고, 타자의 보시바라밀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가지 조건 즉, 삼륜청정(三輪淸淨)이 되어야만 한다.


이는 보시하는 자와 받는 자, 보시물이 모두 깨끗해야 된다는 뜻이다. 깨끗하다는 말은 공적(空寂), 마음(자아의식)이 비어서 고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보시는 사심이 들어가지 않는, 또 다른 말로는 아만, 아애, 아견, 아치가 들어가지 않는 마음으로 할 때 타자를 움직이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륜청정이 들어가지 않는 보시바라밀은 탐진치 삼독을 정화시키고, 자애로움과 연민심을 촉진시키는데 그 실용성과 효용성을 보장할 수가 없다. 그냥 현실적 이익과 계산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기부라면 몰라도 깨달음을 완성하고 도(道)를 이루고자 하는 보살의 길에서 행해지는 보시는 그야말로 금강경 사구게 가운데 하나인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집착하지 않고 계산되지 아니한 마음으로 행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집착함 없이 그 마음을 일으키는 삼륜청정의 보시는 오직 부처님의 경지에서만 가능한 일이지 우리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덕목이 아니다. 솔직히 삼륜청정의 보시가 가능하다면 굳이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등 나머지 바라밀들을 새삼 닦아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서광 스님

그런 의미에서 여섯 가지 바라밀 가운데 뒤의 다섯 가지 바라밀은 첫 번째인 보시바라밀을 온전하게 완성하는데 필요한 수단이고 방법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