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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안의 세계화와 그 과제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불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색창연한 산사와 삭발염의한 스님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태고사나 뉴욕 한마음선원 등 몇몇 사찰은 한국 전통양식으로 지어져 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한인들에게는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인사찰은 미국식 건물이다. 한국에서도 새로 건축되는 도시 사찰은 현대식 건물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능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또는 주변 여건 상 한옥은 현대 사찰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기능을 행하거나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과 같은 외형적인 요소 뿐 아니라, 명상이나 의례 등 종교적 수행의 핵심적인 부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삼십 년 전만해도 외도 수행법으로 간주되었던 위빠사나나 사티 명상, 티베트 수행법이 한국불교 깊숙이 자리 잡았고 서양에서 역수입된 명상법과 심리치료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동남아시아 양식의 불상, 한국을 방문한 티베트 고승의 법문, 한국선사와 외국승려와의 대담 등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이제 한국불교는 그 원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세계화되었다. 그러나 아쉬워할 일은 아니다. 미국식 건물에서 미국화된 불교가, 현대식 건물에서 현대화된 불교가 행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듯이 현대화된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종교적 요구에 맞추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보면 한국불교에만 독특한 뭔가가 있어 그것을 세계화하겠다는 ‘한국불교의 세계화’라는 발상은 현재진행형인 한국불교가 아니라 과거에 고착된 한국불교를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국불교를 밖에서 바라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국불교가 일본불교와 중국불교 사이에서 그 독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냉정하게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동아시아 삼국의 불교 중 어느 하나를 뚝 떼어 한국불교라고 고집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인도에서 발원한 불교가 아시아로, 이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까지 뻗어가게 된 원동력은 지역적 특수성이 아니라 그 보편성이다. 한국불교 역시 ‘한국’이라는 특수성보다 ‘불교’라는 보편성에 더 많이 기대고 있다. 한국에서 창안해낸 독창적인 수행법이나 이론이 별로 없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불교의 특수성은 국가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불교를 얼마나 실천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번 태국여행에서 태국에는 도둑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과법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깊이 인간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감동적인 사례였다. 태국불교는 한국처럼 그 불교적 독자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미래의 불교를 위한 롤 모델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푸른 눈의 서양인들이 몰려드는 미얀마 명상센터보다 도둑을 모르는 순박한 태국을 선택할 것 같다. 인간과 사회의 변화는 국가브랜드로 활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서양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명법 스님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한국불교 전통에 온축된 보편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다른 불교전통과 종합하여 현대사회의 종교적 요구에 대응하는 새로운 롤 모델을 창출하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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