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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바라밀-지계

기자명 법보신문

지계는 신구의 행동규범이자 도덕적 상식
지계 전제됨 없는 보시는 아만심만 강화

육바라밀의 두 번째 실천항목은 지계바라밀이다. 지계(持戒)는 계율을 잘 지니고 지킨다는 뜻으로 몸과 말과 생각의 행위규범, 도덕, 상식에 해당한다. 그 목적은 자신과 타자를 이익되게 하고 깨달음으로 이끄는데 장애가 되는 행위를 그치고 유익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육바라밀의 지계를 첫 번째 바라밀인 보시와 연결해서 종속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육바라밀의 첫 관문인 보시바라밀을 실천하기 위해서 진실하게 노력하다 보면 누구나 보시바라밀에는 반드시 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보시의 대상, 조건, 상황, 정도, 방법 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상대방을 이익되게 하고, 깨달음과 성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선택의 준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주고받는 행위에는 반드시 절도, 즉 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시의 궁극적 목적은 타자를 이롭게 하고 깨달음으로 이끄는 것이다. 또 스스로를 위해서는 삼독을 정화시키는 과정이다. 그런데 지계가 결핍된 보시행은 그 결과가 선행의 공덕이 될지, 악행의 업이 될지 예측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상항과 조건에 맞지 않고, 적절하지 않는 보시물은 상대에게 해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베푸는 자의 입장에서 내가 이만큼 주면 얼마만큼 되돌아 올 것이라는 기대, 자기이익이 들어가거나, 또 “나”가 베푼다는 식의 자아의식을 충족시키고 살찌우는 계산에서 행해지는 보시는 주는 자나 받는 자의 영적 성장과 깨달음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계산된 재보시는 물질적 탐욕이 아상(我相)으로 전환되고 변형될 뿐, 진실로 탐욕을 정화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보시가 종국에는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기대나, 아니면 타자들로부터 명예나 인정을 얻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일종의 자기와의 협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늘 주고받는 행위 속에서 살고 있다. 알고 보면 넓은 의미에서는 그것이 모두 보시행이다. 지계바라밀은 바로 주고받는 그 모든 행위를 조절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솔직히 주고받는 행위만 절도 있게 한다면 우리 인간관계에 무슨 고통과 갈등이 그리 많겠는가.


갈수록 심해지는 부부간의 갈등과 이혼도 그 밑바탕에 가면 어느 한쪽이 더 많이 주고받았다는 불평등, 불만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구관계, 사회관계도 마찬가지다.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사랑, 우정,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손해봤다는 느낌이나 생각이 들면 그 어떤 사랑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한편 지계가 전제되지 않는 보시는 아만심을 강화시킨다. 즉 베푸는 자에게는 우월감의 아만심을 증장시키고, 베품을 받는 자에게는 열등감의 아만심을 증장시킨다. 그렇다고 아깝지만 기부하고, 체면 때문에 기부하는 것의 가치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 또한 아직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세간적 삶을 사는 우리들로서는 참으로 귀하고 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 육바라밀의 궁극은 세간적 가치와 삶의 이 언덕에서 초세간적 가치와 삶의 저 언덕을 향해서 나아가기 위한 뗏목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광 스님

건강한 관계, 행복한 관계에는 개인이든 사회든 상관없이 반드시 아름다운 나눔과 절도 있는 주고받기가 있다.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 나눔, 즉 주고받기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보시바라밀을 온전하게 완성시키도록 돕는 작용이 지계바라밀의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여겨진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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