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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중일 연등회 비교

기자명 법보신문
  • 집중취재
  • 입력 2011.08.22 10:57
  • 수정 2011.08.3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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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왜 문화재 지정 돼야 하나
“불교전통문화 담긴 연등회, 한국이 유일”

연등회, 불교문화권에선 공통적 문화축제로 계승
상업성 중시한 중국·일본 불교 문화적 요소 사라져


연등회는 불교문화권에서 널리 성행돼 온 의식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런 까닭에 불교문화권에 속해 있었던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서도 연등회는 오랜 전통을 갖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중일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불교를 수용한 중국은 매년 음력 정월15일을 원소절(元宵節) 혹은 등절(燈節)이라고 부르며 대형장엄등과 수많은 등으로 거리를 장식한 축제인 등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중국 등회의 기원에 대해 학계에서는 이견이 많지만 남북조시대에서 수나라에 이르는 시기, 불교의 영향을 받으면서 최종적으로 형성됐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불교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북위(386∼534)는 4월초 황제가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등회를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위 때에는 용과 사자, 코끼리를 형상화한 장엄등이 등장했으며 “등회를 구경하다 밟히거나 깔려 죽은 사람도 있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규모면에서도 성대했다.


이 같은 중국 등회의 전통은 수당 시대에 더욱 흥성했으며 송과 명시대에 이르러 대표적 민속 문화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말 이후 등회는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고, 1960년대 문화혁명 이후 공식적인 등회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등회가 다시 공식적인 행사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 개혁개방과 함께 동아시아 문화를 자국의 문화로 편입하려는 중국 정부의 문화정책에 따라 지역별로 대규모 등회를 열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100여개 이상의 등회가 열리고 있으며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등회만도 1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사천성 자공 지역에서 시작된 자공등회는 중국의 현대 등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정부의 주도하에 복원된 자공등회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순회하면서 200여 차례 이상의 전시회를 갖고 있으며 2001년부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독일, 호주 등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전시회를 개최, 1억 위안 이상의 수입을 올렸으며 누적 관람객도 1억 명을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대 중국 등회에서 불교적 요소는 대부분 사라졌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 등회에 등장하는 장엄등의 대부분이 민간 고사에 등장하는 인물이거나 용, 사자, 소처럼 동물을 형상화한 것일 뿐 우리나라처럼 부처님이나 보살상을 형상화한 장엄등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전경욱 고려대 교수는 “중국의 현대 등회는 상업적 요소에 중점을 두면서 대형 장엄물과 형형색색의 등을 설치하는 등 시각적인 면에서 뛰어나다”며 “그러나 불교문화적 요소가 사라진 현재 중국의 등회는 전통적인 등회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 역시 불교문화의 수용으로 8세기 초부터 12세기 후반까지 각 사찰을 중심으로 연등회를 비롯해 다양한 불교의례를 열었다. 특히 기록에 의하면 8세기 일왕(日王)이 직접 주관해 동대사에서 연등회를 주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속 신앙이 강했던 일본에서 불교적 연등회는 오래되지 않아 점차 사라지고 대신 불의 축제라는 뜻의 ‘네부타 마츠리’가 성행했다.


‘네부타’란 커다란 나무나 대나무에 종이를 부친 장엄등의 일종으로 일본 전통 무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등이 주를 이룬다.


축제에서는 전통의상을 입은 청년들이 피리와 북을 연주하며 네부타를 앞세워 퍼레이드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 우리나라 제등행렬이 일제시대 마츠리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네부타 마츠리’는 현대 중국의 등회처럼 불교문화적 요소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등을 들고 행진하는 제등행렬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제등행렬이 일제시대 마츠리의 영향을 받아 생겨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게 학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불교문화에 영향을 받은 한중일 삼국은 전통적으로 연등축제를 개최해 왔다. 그러나 한국(사진 위)과 달리 중국(사진 가운데)과 일본(사진 아래)에서는 불교적 요소가 대부분 사라졌다.

 


비교민속학을 전공한 노성환 울산대 교수는 “등을 들고 부처님 탄생을 축하하는 퍼레이드를 하는 것은 다른 불교국가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라며 단순히 행렬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제등행렬이)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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