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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스님 [하]

기자명 법보신문

‘채근담’에서 삶의 지혜 얻으라

 

▲스님은 제자들에게 외전중 ‘채근담’을 추천했다.

 

 

해안 스님은 공부하고자 원을 세운 대중들이 기다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꺼운 마음으로 찾아가 법을 설하고 그들과 함께 정진의 고삐를 당겼다. 특히 재가불자들의 수행공덕이 출가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고, 그 결과 또한 차별이 없음을 역설하며 수행정진을 독려했던 스님은 재가불자들에게 더없는 스승이기도 했다.


따라서 1969년 봄 무렵엔 스님을 따르던 불자들이 모여 ‘불교전등회’를 창립, 스님을 최고 지도자로 모시고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정진법회를 개최하며 정진에 정진을 거듭했다. 스님은 이때도 ‘7일이면 깨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역설하며 이들에게 7일간 혹은 3·7일간 지극한 마음으로 참선수행을 하도록 하며 정성을 다해 전등회를 지도했다. 이어 1970년대는 전등회 전주 지부에 해당하는 전주 한벽선림에서 교화에 힘쓰는 한편 서울 전등선림에 주석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다.


스님은 그 과정에서 재가불자들에게도 ‘금강경’을 읽도록 하며 그 안에서 ‘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답을 찾도록 독려했다. 더불어 “만해 스님의 ‘십현담주해’가 참 잘 돼 있다”면서 “열 번 읽고 백번 읽고 천번 만번 읽다보면 전에는 못 보던 나의 참 얼굴을 보고 속으로 감사의 눈물을 흘릴 때가 있을 것”이라며 정독을 당부했다. 스님은 이렇게 수행자들에게 꼭 필요한 내전의 필독을 당부하는 한편, 본인 스스로는 신문을 통해 세상살이를 접하기도 했고 제자들에게는 외전 역시 열심히 탐독해 공부 영역을 넓히도록 가르치기도 했다. 이미 어려서부터 한학에 밝아 중국 고서에도 달통했던 스님은 제자들에게 그 중 ‘채근담(菜根譚)’을 추천하기도 했다.
중국 명나라 말기 환초도인(還初道人)으로 불리던 홍자성(洪自誠)의 어록(語錄)을 두 권으

로 엮은 ‘채근담’은 전체 356조의 단문으로 구성돼 있다. 전집(前集) 222조는 주로 벼슬한 다음 사람들과 사귀고 직무를 처리하며 임기응변하는 사관보신(仕官保身)의 길을 말하고 있고, 후집(後集) 134조는 은퇴 후에 산림에 한거(閑居)하는 즐거움을 주로 말한 책이다. 전체의 글은 단문이면서도 대구(對句)를 많이 쓴 간결한 미문이어서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즐겨 읽고 있다.


‘채근담’은 유교 중심의 사상이 담겨 있으면서도 불교와 도교 사상이 가미되어 있다. 청렴한 생활을 하면서 인격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저자 홍자성이 인생의 온갖 고생을 맛본 체험에서 우러난 주옥같은 가르침을 적고 있어 수행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이처럼 평생 은산철벽을 뚫고 마치 광대무변한 허공으로 날아가는 봉황처럼 일생을 살았던 해안(海眼) 스님은 1974년 3월 9일 새벽 입적을 앞두고 후학들에게 “나 떠난 뒤에도 공부 열심히 하고 전등회 잘 키워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때 열반송을 일러달라는 제자들에게 “그런 것은 군더더기”라며 마다하던 스님은 결국 거듭된 간청에 “생사 없는 곳에 따로이 한 세계 있도다. 때 묻은 옷을 벗으면 바로 이 달 밝은 때이니라(生死不到處 別有一世界 垢衣方落盡 正是月明時)”라는 송을 읊고 입적했다. 그리고 ‘전등회 잘 키우라’는 부촉은 제자 동명 스님이 서울 성북동 전등선원에서 불자들을 지도하며 받들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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