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바라밀-인욕

기자명 법보신문

인욕은 마음 다스려 참고 인내하는 실천수행
나 아닌 타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실천해야

육바라밀의 세 번째 실천항목은 인욕바라밀이다. 인욕(忍辱)은 말 그대로 참고 인내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탐진치 삼독 가운데 진심, 즉 성내고 화나는 마음을 참고 다스리는 실천수행법을 일컫는다. 지계바라밀과 마찬가지로 인욕바라밀 또한 보시 바라밀을 완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많은 복잡한 인간관계 문제들의 이면을 보면 결국에는 더 많이 주고 더 적게 받아서 손해를 보았다는 의식·무의식적 계산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인욕수행은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주고받는 보시바라밀을 행함에 있어서 더 많이 주고 더 적게 받는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훈련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흔히 전통적으로 인욕수행은 뭔가 엄청난 멸시나 고통을 인내하고 참아내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건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비현실적인 측면이다.


인욕이 반드시 크고 거창해야 제대로 수행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실제 삶이나 인간관계에서는 아주 작은, 때로는 너무나 예상치 못한 사소한 일, 섭섭함, 인색함, 아니면 작은 친절, 너그러움이 발단이 되어 큰일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우리 한국 사람들은 작은 일에 목숨 걸고, 큰일에 대범하다는 반 우스갯소리가 나왔겠는가.


가끔 바루공양을 할 때 느끼는 일이다. 4명이 먹을 경우 자기 몫은 4분의 1이다. 그런데 자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반찬이 있으면 3분의 1이나 2분의 1을 덜어가는 사람이 있다. 또 10명이서 그룹토의나 회의를 하는데 1시간이 주어졌다고 치자. 자기가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6분이다. 그런데 혼자서 20분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 만일 이처럼 상대배려가 약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보시바라밀을 거창하게 실천하겠다고 한다면 필경 산수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인수분해를 하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보시바라밀을 온전하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실은 선수과목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몫만큼 가져가고 시간만큼만 말하는 상식과 도덕수행(지계)이 일차적으로 필요하고, 그런 다음 이차적으로 자기 몫보다 조금 적게 가져가고, 적게 사용하는 인욕수행을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남의 몫을 자기가 차지하고, 남의 시간을 자기가 써버리는 사람이 거창한 인욕수행을 한다면 필시 그건 억압이거나 무리, 보여주기 위한 무의식적 동기에서 비롯된 행위에 가까울지 모른다.


보시바라밀을 행함에 있어서 인욕바라밀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보시는 평등하게, 치우침이 없이 중도적으로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고, 애착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주고 싶어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인욕이 필요하다. 더러는 더 많이 주고 싶고 한없이 주고 싶지만, 그것이 과연 상대방 입장에서 필요하고 유익한 일인가를 고려해서 참아야 하기 때문에 특별한 인욕이 필요하다.


어쩌면 주고 싶지 않은데 주어야 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특히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이 그렇고, 부부관계, 친구관계 등 친밀한 사이에서는 주고 싶고, 받고 싶은 마음을 인욕하지 못해서 관심이 간섭으로 변질되고, 사랑이 집착과 미움으로 변질된다. 그리고 종국에는 고통하게 된다.

 

▲서광 스님

인욕바라밀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해 온 것처럼 그렇게 모질게 참고 견디는, 거친 그런 심리적 질감의 상태보다는 오히려 그냥 일상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보다 잔잔하고 미세한 심리적 절제, 조절인지도 모른다. 엄밀하게 말하면 자기중심적 사고나 입장에서 타자중심적 사고와 입장으로 전환하는 과정들이 인욕바라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국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