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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불자가 설 자리를 마련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포교학 개론

최근 교계신문에 조계종 종회의원 일문 스님이 재가불자들에게 사찰이나 종단에서 확실한 위치를 부여하고 그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야한다는 내용의 얘기를 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그 같은 주장을 펴는 스님이나 재가불자들은 과거부터 계속 있어왔으나 별반 변한 게 없는 듯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대, 유독 불교계만 변화에 초연한 것은 후진적 시스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다.


최근 서구에는 새로운 트렌드로 불교인구가 늘고 있다. 심리학, 의학, 물리학 분야를 비롯해 명상 등의 분야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 속에서 불교계도 그에 걸맞는 변화가 있어야할 것이다.


불교승단이 사부대중으로 구성되었고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라고 부처님께서도 가르치셨는데 한국사찰이나 종단에서는 신도들은 그저 시주하는 존재정도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승단의 각종 정책이나 사업 등에 재가불자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참여도가 여타 종교에 비해 대단히 미흡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포교는 시대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각종 포교정책들의 입안에 재가 전문가 그룹들이 참여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종교가 사회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 사회의 제반부면과 정합이 되어야한다. 이 같은 각종 부면에 스님들이 전문가가 아닌 한 재가자들의 도움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재가자들의 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사찰이나 종단에서 문호를 열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교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불교인구가 늘지 않는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여타 종교와 달리 재가자들의 참여도가 높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신심 깊은 불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을 영입해 IT 부분이나 홍보, 출판, 영상, 포교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불교는 분명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불교가 여타 종교에 뒤져있는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는 탁월한 전문가 그룹을 각종 불교관계 업무 등에 제대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스님들이 팔방미인은 아니지 않은가. 재가불자들을 종단 여러 부분에 영입해 그들의 의견들을 수렴할 수 있는 문호의 개방이 절실하다. 불교는 어떻게 보면 여타 종교보다 주지의 권한이 막강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절의 주지가 신도들의 눈치를 보는 예가 있는가. 재량권의 차원으로 보면 여타 종교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사부대중이라고 말씀하신 부처님 가르침대로 종교도 사회 일부분이니 만큼 재가불자들의 활용도를 대폭 높여야한다. 스님이 할 수 있는 일과 재가불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고 그들에게 일정부분 힘을 실어 줘야 한다. 그들에게 설자리를 마련해 주어야한다.


종교사업에 관한한 여타 종교의 시스템을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나를 예로 봐도 다른 종교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살아왔기에 불교계의 취약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타종교에서 행하고 있는 각종 시스템과 재가신도들의 활용방법을 많이 보아왔기에 쉽게 사찰문화에 접목할 수 있었다. 사찰과 승단 고유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문화를 승단과 사찰 등이 빠르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재가불자들의 활용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라 할 것이다.


스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을 분명히 정립하고 그 외의 문제는 재가불자들에게 맡겨야한다. 그래야 재가불자들도 승단 내에서 사찰 내에서 성장하게 되고 사찰은 또 다른 차원에서 발전을 도모할 수가 있다.

 

▲지광 스님

불교가 시대에 뒤쳐져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각종 부면에 재가불자들의 활용이 대단히 미흡하고 그들에게 걸맞는 입지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스님들이 기득권을 놓으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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