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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특별대담

기자명 법보신문
  • 집중취재
  • 입력 2011.08.30 09:41
  • 수정 2012.02.03 12:59
  • 댓글 0

"연등회 기원은 국중대회…종묘제례악보다 가치 훨씬 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분과위원회가 지난 7월8일 회의를 열어 연등회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보류했다. 이에 대해 학계와 교계에서는 문화재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일부 문화재위원이 “제등행렬에서 일제의 잔재가 보인다”는 등 연등회의 전통성과 역사성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나 교계와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본지는 연등회가 지니는 의미와 문화재적 가치 등을 점검하는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은 8월24일 본지 김형규 편집부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조계종 문화부장 진명 스님과 한국민속학회장을 역임한 전남대 국어교육과 나경수 교수가 참석했다. 편집자

 

문화재위원회 보류 결정

겸허한 수용이 종단의 뜻

 

무형문화, 시대따라 변화

원형만 고집하는건 문제

 

 

 

▲조계종 문화부장 진명 스님                              ▲ 전남대 나경수 교수

 

 

사회자: 문화재청 무형문화재분과위원회가 통일신라시대 이후 1000년 이상 전승돼 온 연등회에 대해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보류했다. 불교문화유산 관리에 대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으로서 이 점에 대해 어떻게 보나.


진명 스님: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종단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긴 하지만 문화재위원들의 보류 결정에 대해 조계종은 일단 겸허히 수용한다. 전문가 입장에서 여러 학술적 검토 끝에 보류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현행 무형문화재 지정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재 지정에 있어 지나치게 원형보존적인 측면만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무형문화 유산은 사람에 의해 전승되고 시대에 따라 생활양식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재위원회는 특정무형문화가 당시대와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요구하고 있다. 연등회의 경우도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1000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어떻게 통일신라, 고려 혹은 조선시대의 연등회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수가 있겠는가.


사회자: 무형문화라는 것은 시대를 거치면서 변화 생성되는 것임에도 문화재위원회가 지나치게 원형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학자로서 어떻게 보나.


나경수 교수: 문화재위원회가 연등회를 심사하면서 고려시대 이전의 모습을 기준으로 삼지는 않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문화재청이 갖는 원형의 개념은 지정 당시의 모습이다. 가령 연등회가 2012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면 지정될 당시 그 모습이 원형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재위원회가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은 보다 신중히 판단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문화재위원들의 대다수는 연등회의 가치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어떤 위원들은 연등회를 유네스코에 신청하면 바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문화재적 가치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다만 연등회가 전승되는 과정에서 현대에 이르러 변질된 요소가 있다. 특히 현대의 연등회에서 이런 변질된 요소가 확대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재위원회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연등회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가 아니라 현재 연등회의 수행 방법이고,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회자: 연등회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정작 문화재 지정을 보류한다는 점에 대해 불교계로서는 선듯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나 교수: 연등회의 전승을 책임지고 보존해왔다는 점에서 불교계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 그 때부터는 불교만의 것이 아니다. 마치 시인이 시를 써놓고 나면 그 시는 더 이상 시인의 것만이 아닌 것처럼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 그때부터는 우리 민족의 공통된 중요문화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재위원들은 지정에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태에서는 연등회가 우리나라 대표 축제이고 누가 보더라도 권위를 가지고 있는 장엄한 축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이번을 계기로 불교계도 ‘제등행렬에 대한 이론’, ‘등을 만드는 방법이 전통기법인지 여부’ 등 지정 보류되면서 지적됐던 부분에 대해 학계와 연계해 고증절차를 거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등제작·제등행렬 논란

학계서 제기됐던 문제


반박논리 개발 않은 채

지정 신청한 건 아쉬워


사회자: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보류 결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등의 계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과 ‘제등행렬에서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 등의 두 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등 제작의 계보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보나.


스님: 관불과 등제작의 전통은 불교계의 오랜 문화다. 소리를 한다든지 다른 공예에 대한 계보는 존재할 수 있겠지만 오랜 세월 부처님오신날마다 각 사찰에서 공통적으로 진행해 왔던 연등장엄에 대해 그 계보를 찾으라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요구라고 본다. 그러나 최근 근대 전통기법으로 연등을 만들어 오는 스님을 찾았고, 이후 그 스님으로부터 전승되는 계보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어떻게 보면 문화재위원회가 연등회를 지정보류하면서 얻은 성과라고 볼 수도 있다.(하하)


나 교수: 연등회의 등제작 계보와 제등행렬의 일제잔재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계에서 존재해 왔던 부분 중에 하나였다. 불교계가 최근 등제작과 관련해 그 계보를 찾았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계보를 찾지 못했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무형 문화는 크게 예능과 기능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연등회는 예능 쪽이지 기능 쪽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활이나 특정 공예품을 만드는 기능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한 계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연등회는 불교계 전체에서 오랜 시간동안 계승해 온 불교전체의 문화다. 엄밀히 말하면 연등회는 평가에 있어 개인종목이 아니라 단체 종목이다. 따라서 특정기능이수자를 심사하는 기준으로 연등회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사회자: 그렇다면 제등행렬에 일제의 잔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스님: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계승돼 온 무형문화의 대부분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으로부터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본다. 연등회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시기의 연등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부처님오신날마다 사찰에서 불자들에게 가슴에 꽃을 달아주는 풍속이 있는데 이것이 일제강점기 때 하나마쯔리의 영향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가슴에 꽃을 달아주는 것만으로 연등회의 전승가치가 훼손됐다고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 또 조계사와 종로를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는 제등행렬에 대해서도 과거부터 부처님의 형상을 모시고 행렬하는 전통적 행상행렬의 복원적 모습으로 이해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하나마쯔리는 낮에 꽃을 가지고 하는 행사였다. 우리나라의 제등행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나 교수: 연등회가 일본의 하나마쯔리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제등행렬이 하나마쯔리와 유사하다는 일부 견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최근 프랑스로부터 환수된 외규장각 의궤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의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행렬도이다. 행렬이라고 하는 것은 주로 고려시대에 자주 나타나는데, 고려시대에는 왕이 연등회를 주관했다. ‘고려사’ 등에 의하면 왕은 태조왕건의 진영이 봉안된 봉은사까지 행렬을 가곤 했는데, 행렬에서는 연등회에서 나타나는 등이 자주 나타난다. 연등회의 제등행렬은 오늘날 세속적 왕이 사라진 상태에서 법왕이라고 할 수 있는 부처님의 형상을 따라 행렬하는 변형된 모습으로 봐야 한다. 이것을 일본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8월24일 김형규 편집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진명 스님과 나경수 교수는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자: 그럼에도 일부 문화재위원들이 이 부분을 자꾸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나 교수: 몇 년 전 조계종이 주최한 학술토론회에서도 일부 학자들이 제등행렬에 대한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었다. 학계에서는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이런 논란은 우선 학계에서 정리돼야 한다. 조계종도 이 점에 있어서는 아쉽다. 연등회와 관련해 학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다면 조계종은 외부 학자에 연구용역을 줘서라도 학문적으로 논리를 개발했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통해 학계에서 먼저 연등회에 대한 논란이 정리됐다면 지정을 하는 데 있어서도 쉬웠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가진 학자들의 논리를 설득할 수 있는 연구 성과가 없기 때문에 연등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스님: 동감하는 부분이다. 학계와 함께 충분히 조사하고 그런 이후 문화재지정을 신청했으면 좋았다는 판단이 든다. 그러나 문화재위원들이 연등회에 대해 보다 폭넓게 봐줬으면 좋겠다. 연등회는 의식적인 부분과 놀이적인 측면을 함께 공존한다. 따라서 연등회의 종교단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일부 논란이 있다고 하지만 지정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재위원들이 학자적 책임감 때문에 연등회의 지정여부를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연등회가 갖는 문화재적 가치를 고려하면 아쉬움도 없지 않다.


사회자: 조계종은 2009년부터 연등회에 대해 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위원들이 판단할 때 연등회가 지정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닌가.


나 교수: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연등회를 지정보류를 하면서 이례적으로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가 없었다. 이런 점에서 연등회 지정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연등회에 있어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따라서 조계종도 일회적인 학술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학술행사를 통해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논리 충돌을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자: 등축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에서도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등회가 중국, 일본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나 교수: 불교계에서는 연등을 우리나라 불교 고유의 풍속으로 보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동양 삼국만 비교해도 연등은 전통적인 민속축제였다. 불은 생산력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월 대보름 때마다 불을 밝히는 것은 삼국의 공통적인 민속축제이자 문화였다. 이런 까닭에 중국은 정월 대보름을 등절이라고 부르고 등을 밝히는 민간행사를 지속하고 있고, 일본도 8월에 등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연등회의 경우 민속행사에서 출발해 왕권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불교문화와 합쳐지면서 전승된 것이다. 부처님오신날 연등회를 개최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스님: 중국과 일본은 우선 등축제를 여는 시기도 우리나라와 다르지만 등의 제작방법에 있어서도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현재 중국의 등 제작을 보면 우리처럼 한지를 접어 종이로 만드는 경우가 없다. 현재 대부분 천으로 제작한다. 또 일본은 등을 제작하기보다 꽃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일본 하나마쯔리의 경우 꽃의 영신을 환영하는 일본민속이 일본의 부처님오신날과 결합해 낮에 꽃을 중심으로 이뤄진 강제적 축제였다고 볼 수 있다.


사회자: 우리나라 연등회의 기원은 언제부터였다고 볼 수 있나.


나 교수: 우리나라 연등회의 기원을 살펴보면 삼국시대 이전 고구려, 부여, 마한기 때 성행됐던 제사적 성격의 국중대회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연등회의 전통은 2000년 이상 된 것으로 봐야한다. 국중대회는 신라시대에 와서 연등회와 팔관회로 이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팔관회는 고려 이후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는 팔관회가 자연신령들에 대한 제사형식이었기 때문에 불교계가 전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등회는 등이 가지고 있는 부처님과의 상관성 때문에 불교계가 떠안았고 현재까지 전승될 수 있었다.


진명 스님 “경제논리로 연등회 변질 위기…지정해야 할 이유”
나경수 교수 “무형유산은 유형문화재의 모태…관심 높여야”


사회자: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야 할 당위성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스님: 연등회는 밤에 등 공양을 통해 부처님의 진리를 밝히고 온 우주에 자비를 펼치는 축제이자 의식이다. 또한 강제적인 참여가 아니라 우리 불자들과 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법회이기도 하다. 때문에 연등회는 종교적 요소 뿐 아니라 민족문화의 측면에서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가치가 충분하다. 또 현재 연등회는 문화 원형적인 측면에서 훼손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올바른 전승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정돼야 한다. 실제 과거 사찰마다 대중들이 모여 직접 연등을 제작하던 문화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일부 사찰에서는 등을 제작하기 보다는 중국공장에서 대규모로 제작된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가하면 경제적 논리를 앞세워 연등회가 보여주기식의 화려한 이벤트로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지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연등회의 본질이 변질될 수도 있다.


나 교수: 연등회가 지정이 되면 불교문화에서 민족문화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연등회는 2000년 전 국중대회와 연결 지을 수 있다. 민속학을 전공한 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연등회는 현재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돼 있는 종묘제례악보다 훨씬 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종묘제례악은 중국에서 수입된 음악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500년에 불과하다. 2000년의 역사를 지닌 무형문화자산은 연등회가 유일하다.
사회자: 전통불교문화에는 연등회 뿐 아니라 수륙재 등 다양한 무형문화유산이 많다. 그럼에도 불교계에서는 이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다.


스님: 그 동안 조계종이 불교무형문화유산의 전승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연등회의 경우도 처음 지정을 신청한 것은 지난 2009년이었다. 조계종이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도 불과 3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연구성과를 살펴도 연등회를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이 한편도 없고, 석사학위 논문도 2~3편에 불과한 정도였다. 그것도 대부분 축제적 관점으로 논의된 것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계종은 그 동안 국제학술토론회를 비롯해 전문가 간담회, 보고서 발간, 전통등과 관불에 관한 연등회장엄전시회 등을 통해 학술적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학술적 연구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조계종은 현재 자성과 쇄신의 5대 결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문화결사가 있다. 문화결사는 불자와 국민이 연등회를 비롯해 무형문화유산의 보전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나 교수: 문화재를 형태로 보면 크게 유형과 무형문화재로 나누는데, 우리나라 유형문화재의 60%가 불교의 것이다. 그런데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영산재 밖에 없을 정도로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그러나 무형문화 없이 유형문화는 존재할 수 없다. 훌륭한 그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나올 수 있듯 무형문화는 모태이고 유형문화는 그 자식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형문화 자산은 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관리돼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계종도 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해서라도 현재 사장되고 우리나라 불교무형문화에 대한 정리 작업을 우선 진행해야 한다. 특히 각 사찰에서 1년 단위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세시풍속을 리스트로 정리해 관리해야 한다. 지금 당장 연등회의 지정여부에만 관심을 갖고 있지만 종합적으로 불교무형문화에 대한 정리가 시급하다. 불교계가 60% 이상의 유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면 60% 이상의 무형문화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교계에서는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당장 해인사의 탑돌이도 문화재로서 지정 가치가 있다. 또 수륙재, 예수재, 복장술, 탱화 등도 세계적인 가치가 있다. 앞으로 무형문화의 시대가 도래한다. 때문에 불교계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학계와 함께 불교무형문화에 대한 연구와 이에 대한 이론 정립 등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사회자: 최근 ‘아리랑 사태’와 같이 중국은 주변국들의 전통문화마저 자국의 문화로 편입하려고 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여기에 중국은 우리나라의 연등회와 유사한 등축제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나 교수: 중국이 자국의 등축제를 먼저 유네스코에 등재할 경우 연등회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유네스코에 등재됐다고 해서 당장 경제적 효과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무형문화에 대한 브랜드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즉 세계가 인정하는 인류문화적 가치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자국과 관련된 모든 무형문화자산을 등재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국의 무형문화재관리 제도를 유네스코 규정과 흡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님: 문화재청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려는 있는 것 같다. 최근 문화재청장을 면담했는데 세계문화유산 등재절차에서 우선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야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혁신적으로 바꿔 문화재 지정과 관계없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조계종은 연등회가 우선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자: 문화재청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기준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관리가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등 세계적인 관리체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나 교수: 학회가 열릴 때마다 그 문제를 지적해 왔다. 지난 2009년 중국이 침구를 유네스코에 지정 신청을 한 적이 있었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침구는 우리나라가 더 발달해 있는데 중국이 먼저 지정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문화재청에 항의를 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현행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 상의 기준을 보면 침구는 문화재로 지정될 수 없다. 유네스코의 경우 무형문화 지정과 관련해 5개 영역으로 포괄적 범위인 반면 우리나라는 연극, 무용, 노래 등 8개 항목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그러나 침구를 적용할 수 있는 항목이 없다. 결국 지난해 중국의 침구는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법 개정 없다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도 서둘러 유네스코와 같은 세계적인 무형문화유산 관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중국은 2000년 경 자국의 무형문화재를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는데, 거의 유네스코의 기준과 동일하다. 이렇다보니 우리의 무형문화이면서도 중국이 먼저 유네스코에 등재해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1960년대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을 고수하고 있는 게 문제다.


사회자: 문화재청의 문화재관리제도도 지나치게 유형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나 교수: 우리나라 문화재예산을 살펴봐도 전체 예산의 94.8%가 유형문화재에 편중돼 있고, 무형문화재 비중은 5.2%에 불과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무형문화 없이는 유형이 나올 수 없다. 가령 거북선이 위대한 문화재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기술이 올바로 전승돼 왔다면 수백, 수천의 거북선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무형문화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관리해야 한다. 특히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무형문화 자산에 대한 관리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


사회자: 연등회는 매년 30만이 참여하고 외국인도 3만 명이 참여하는 한국의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연등회가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문화유산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다.


스님: 연등회의 가장 큰 특징은 역동적이라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연등회에 참여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연등회에는 좋은 기운이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연등의 아름다움, 중국과 다른 부처님오신날의 풍속, 밤하늘을 수놓는 10만 연등행렬의 장관 등은 세계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때문에 조계종은 연등회의 가치를 더욱 알릴 수 있도록 다큐멘터리와 해외광고를 제작해 홍보를 확대하는 한편,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연구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나 교수: 연등회의 기본은 현등과 관등이다. 그것이 중심이다. 그럼에도 현재 본말이 전도돼서 제등행렬이 연등회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전국 모든 사찰에서는 부처님오신날마다 등을 걸어오고 있다. 따라서 연등회는 30만 명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2000만 불자들이 모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로 지정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유네스코의 지정도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지정될 수도 있다. 유네스코는 특정 무형문화의 지정에 있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지속가능한’이라는 것이다. 연등회는 불교계에 의해 2000년 간 전승됐고 또 앞으로도 전승될 수 있는 요소를 담고 있다. 따라서 불교계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연등회의 문제점을 보완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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