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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 스님 [중]

기자명 법보신문

‘화엄경’인연으로 발심·견성

▲경봉 스님 자화상.

어린 시절 한문사숙에서 공부하며 ‘사서삼경’과 ‘명심보감’을 통달한 경봉 스님은 출가 후 ‘사미율의’, ‘초발심자경문’을 시작으로 내전 공부에 전념했다. 그리고 그 재능을 알아본 은사 성해 스님의 도움으로 신학문을 배울 수 있는 명신학교에 입학해 역사, 지리, 산술 등을 배우기도 했다.


이어 전문강원 대교과에 들어가 ‘능엄경’, ‘금강경’, ‘원각경’, ‘기신론’ 등을 차례로 배울 때 재발심의 계기가 됨은 물론 오도의 인연이 되는 ‘화엄경’을 만났다. 경봉 스님은 ‘화엄경’을 처음 접하면서 만해 한용운 스님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대교과에서 이 경전을 가르쳤던 스승이 만해였고, 만해로부터 월남의 사례를 들으며 나라 없는 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됐던 것이다. 당시 스님은 나라와 민족에 눈을 뜨면서 ‘조선 백성들에게 지혜를 심어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스님은 1913년 강원 대교과를 졸업한 이후로도 혼자 공부를 이어가면서 수많은 경전을 탐독했고, 그 중에서도 대교과를 수료한 그해 겨울 내내 방대한 ‘화엄경’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 지냈다. 특히 입법계품 가운데 선재동자가 미륵보살을 만나 보살행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마음의 준비가 보리심이라는 대목에서는 마치 자신이 미륵보살 앞에 선 선재동자가 된 듯한 법열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경전 공부에 매진 중이던 경봉 스님은 은사의 명으로 어쩔 수 없이 절 사무를 보면서도 경전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어느 날 습관처럼 펼쳐든 ‘화엄경’에서 ‘종일수타보(終日數他寶) 자무반전분(自無半錢分), 종일토록 남의 보배를 세어도 반 푼어치의 이익이 없다’는 대목을 보는 순간 그 구절이 불화살이 되어 머리에 꽂혔다. 경전이 비록 구절마다 진리의 말씀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부처님의 보배이지 자신의 보배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에 들어서면서 더 이상 그대로 안주할 수 없었다.


결국 스님은 ‘경전공부만 공부가 아니요, 참선공부만 공부가 아니니 종무소 사무 보는 것도 다 공부’라는 스승의 말에도 불구하고, ‘일대사를 해결하겠다’는 발심으로 은사조차 모르게 통도사를 떠나 제방의 선지식을 만나며 가행정진을 이어갔다.


본래 이름이 ‘대방광불화엄경’인 ‘화엄경’은 부처님이 깨달은 내용을 그대로 설법한 경전으로, 법계 평등의 진리를 증오한 부처님의 만행과 만덕을 찬양하고 있는 방대한 분량의 경전이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 이 경전을 다 읽고 헤아리는 이가 많지 않았으나, 경봉 스님은 이 경전을 통해 수행문에 들어서는 두 번째 발심을 맞이한 것이다.


그리고 확철대오의 순간을 맞이한 것도 ‘화엄경’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제방에서의 정진을 마치고 통도사로 돌아온 스님은 조실 해담 화상의 허락을 받아 ‘화엄경’을 설하는 법회인 화엄살림법회를 열었고, 법회 시작 1주일이 지난 12월13일 새벽 2시 반경 바람 한 점 없는 새벽에 갑자기 촛불이 춤추는 것을 보고 확철대오, “내가 나를 온갖 것에서 찾았는데, 눈앞에 바로 주인공 나타났네. 허허 이제 만나 의혹 없으니, 우담바라 꽃의 빛이 온 누리에 흐르네”라는 오도의 노래를 읊었다. 수행을 통해 견처를 얻은 후 확철대오의 순간을 화엄살림법회 때 맞았으니, 스님의 ‘화엄경’ 사랑이 맺은 결실이라 할 만하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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