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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최초의 절은 마가다국의 죽림정사와 꼬살라국의 기원정사이다. 사왓티(舍衛城)의 부자 상인 수닷따(Sudatta, 須達多)는 우기(雨期)에 3개월 내지 4개월 동안 한 곳에 머물러 수행하는 우안거(雨安居)에 부처님께서 머물 수 있도록 승원을 보시했다. 부처님은 30여 회의 우안거 중 기원정사에서 19회를 보냈다고 한다.
라자가하에서 부처님을 초대하고 식사 준비에 분주한 처남으로부터 부처님 이야기를 들은 수닷따는 다음 날 부처님을 뵙고 귀의했다. 사왓티로 돌아온 그는 부처님께서 머물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나섰다. 드디어 찾아낸 곳이 꼬살라국의 태자인 제따(Jeta) 소유의 동산이었다. 제따 태자에게 동산을 팔 것을 간청하자, 그는 황금으로 동산을 덮는다면 팔겠노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사왓티 최고의 장사꾼 수닷따가 황금을 가져다 동산에 깔기 시작하자 제따 태자는 그 이유를 물었다. 수닷따는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위해 절을 짓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제따 태자는 수닷따에게 동산을 주기로 약속하고, 동산의 입구는 자신이 문을 세우고 제따와나라마(Jetavanārāma, 祇園精舍)라는 이름을 새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사왓티 사람들은 수닷따를 고독한 이들에게 물자를 공급해주는 사람 즉 아나타삔다까(Anāthapiṇḍika, 給孤獨) 장자라 하고, 제따 태자의 동산에 세운 절을 기수급고독원(祈樹給孤獨園) 또는 기원정사라 불렀다.
수닷따 장자가 기원정사를 부처님께 보시한 이야기는 기원전 1세기 경에 제작된 바르훗 대탑의 울타리인 난순에 잘 표현되어 있다. 오른쪽에는 제따 태자의 동산을 암시하는 세 그루의 나무, 황금을 실은 수레를 끌고 왔던 두 마리의 소, 황금을 깔고 있는 네 명의 인부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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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는 수닷따 장자가 두 번 등장하는데 가슴에 오른손을 얹고 있는 모습과 보시를 상징하는 황금주전자를 들고 있는 모습을 나타냈다. 아치형 건물과 그 옆의 보리수는 상징으로 표현된 부처님을 의미한다. 아치형 건물 뒤에는 수닷따 장자의 보시를 찬탄하는 천신들이 있다.
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