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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안철수에 매혹되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1.09.26 17:25
  • 수정 2011.09.26 17:46
  • 댓글 0

대중이 안철수에 매혹되어 열광하는 것은 그의 삶이 주는 어떤 감동 때문이다. 무엇이 대중을 감동하게 했던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돈의 유혹에 포획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했고 또 해야 한다고 했던 것을 일관되게 밀고 갔던 것에 감동한 이도 있을 것이고,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성공을 떠나며 살아온 그의 행적에 감동한 이도 있을 것이다.


또 경쟁이나 적대가 지배하는 기업의 세계에서 상생적인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추구해 온 것에 감동한 이도 있을 것이고, 숫기 없고 수줍어하면서도 사람들의 앞에 나서서 진솔하게 자신의 소신을 펴는 모습에 감동한 이도 있을 것이고, 사람들의 힘겹고 고통스런 삶을 감싸안으려는 마음에 감동한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 어느 하나였다면, 그렇게 강력한 매혹의 힘을 형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요인들이 한 사람의 삶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대중의 열광을 야기하는 그 매력을 형성했다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요인들을 관통하고 있는 어떤 씨실이 있다면, 이런저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원칙에 충실하고 일관되게 살았다는 사실, 거기서 느껴지는 진솔함과 우직함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점에 비추어보면, 대중이 그에게 매혹되었던 이유는 대중이 노무현에 매혹되었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차이가 있다면 안철수는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런 삶을 견지했음에 반해, 노무현은 바보 같은 ‘실패’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그런 삶을 견지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런 삶이란 사실 잘 생각해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 삶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모범답안’이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고 있는 ‘흔한’ 삶의 형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드물고 희소한지! 더욱이 돈을 버는 경제의 영역에서나, 권력을 다투는 정치의 세계에서 이런 사람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 이는 대중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중들의 일상적인 세계에서도 그렇게 사는 사람은 희소하고 드물다. 그래서 대중들은 안철수에 매혹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들이, 또한 대부분의 타인들이 그렇게 살지 못함을 잘 알고 있기에, 거꾸로 그런 경우를 보면 감동하고 매료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삶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그것은 보여주려 하지 않을 때에만 보이는 것이란 점에서, 연출할 수 없고 연기할 수 없는 삶이다. 보여주고자 한다면 보여주지 않는 방식으로만 보여주어야 하는, 그런 점에서 불가능한 ‘스펙터클’이다. 그래서 그것처럼 어렵고 그래서 그것만큼 희소한 것이 없는 것일 게다. 이권이나 이익을 위해 기업이든 정치든 하러 나선 사람들로선 결코 할 수 없는 일일 게다.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에서 내가 본 것은 이것이다. 안철수가 보수적인지 진보적인지, 어떤 이념에 가까이 있는지 따지고 재려 하는 한 이 중요한 진실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가 아니라 안철수의 이념(이런 게 있는지 모르게지만)만을 보려 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드롬이 ‘신드롬’인 한, 안철수라는 사람 속에서조차 그를 신드롬으로 만들어낸 대중을 보아야 한다.

 

▲이진경 교수

그 대중이 선망하는 것, 욕망하는 것을 보아야 한다. 거기에는 정치인이나 정치권에 절망하여 정치 외부에서 정치의 가능성을 찾는 대중들이 있고, 우직하고 일관되게 마땅히 해야한다고 믿는 바를 실천해 온 사람을 알아보는 대중의 능력이 있고, 그것에 매혹되는 대중의 선망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이 절망스런 땅에서 아직도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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