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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가 남긴 교훈

기자명 법보신문

영화 ‘도가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도가니는 광주의 한 특수교육시설에서 실제 발생한 장애학생 성폭력 및 학대사건, 일명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장애학생들이 5년간 학교 교장 및 교사들에게 지속적인 성폭력 및 학대를 당한 이 끔찍한 사건은 당시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며 장애인 인권을 사회적 문제로 대두시키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이 사라진 이후, 인화학교 사건관련 교사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복직됐고 가해자인 교장 및 행정실장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반면 피해학생들은 그 정신적 피해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 모든 사실은 최근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가 상영을 시작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영화는 개봉 5일만에 관객수 100만을 넘어섰고,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은 말 그대로 ‘충격의 도가니’에 빠진 채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각 시민단체가 앞장서 인화학교의 진실에 주목했으며 가해자 엄중처벌에 대한 여론이 다시 들끓었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가 9월25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성폭력 사건 재조사 청원에는 불과 5일 만에 6만명이 서명했다(9월29일 현재). 여론은 교육청과 법원까지 움직였고, 마침내 9월28일 경찰청의 전면 재수사를 이끌어 냈다.


이 사건이 우리사회에 이토록 크나큰 파장을 남기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장애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살피고 보호해야 할 시설과 교사들이 추악한 행위의 가해자라는 사실이 충격의 근원지라 할 수 있겠다. 또 산하시설의 잘못을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법인이 친족관계에 얽혀 오히려 앞장서서 진실을 은폐하고 가해자 보호에 나섰다는 점, 사회적 약자인 장애학생들이 여전히 사건 현장에서 가해자들과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대중을 분노케 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인화학교, 그리고 운영주체인 복지법인 우석이 종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인화학교는 ‘그리스도 정신에 입각한 사랑으로 장애를 극복하는 자활인 육성’이라는 기독교 설립이념으로 운영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추악한 사건의 중심이 됐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종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장애인들을 사랑으로 보듬으며 우리 사회의 모범이자 지표가 되어도 부족한 마당에, 이런 추악한 범죄의 온상이 됐다니 통탄할 일이다.

 

▲송지희 기자

불교계도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부처님의 자비를 이념으로 다양한 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불교 사회복지계에서 시설의 운영주체는 대부분 스님이기에,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질 없는 이에게 복지시설을 맡기는 일이나, 인화학교 사건과 같이 불미스러운 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한번더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잡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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