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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바라밀-원(願)바라밀

기자명 법보신문

방편바라밀의 완성은 원바라밀로 이어져
일심으로 염원하면 잠재된 진여불성 작용

육바라밀 수행을 통해서 보살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연기적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한 깨달음은 ‘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너’를 위하는 것이 또한 ‘나’를 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인식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곧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타자중심적 사고로 이동하게 만들고, 보살은 다양한 방편으로 보시바라밀을 행하게 된다.


일곱 번째 방편 바라밀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서, 개인의 조건과 상황에 맞는 보시를 하려는 보살의 노력이 깊어지면서 아울러 개개인에 대한 이해와 연민심도 커져간다. 그리하여 보살은 자신과 인연한 중생들도 하루속히 부처님의 법을 깨닫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발원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방편 바라밀을 수행하는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섭법(四攝法), 즉 보살이 중생을 대하는 네 가지 기본적인 태도인 ‘진리를 가르쳐주고, 재물을 베풀며(보시섭, 布施攝), 사랑스러운 말로 대하며(애어섭, 愛語攝), 이익이 되는 행을 하며(이행섭, 利行攝), 고락을 함께 함(동사섭, 同事攝)’으로서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끈다. 원 바라밀에서는 중생을 향한 그 마음이 더욱 깊어져서 어떤 인위적인 특별한 노력이 없어도 중생을 향한 끝없는 마음이 보살의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흘러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사무량심(四無量心), 즉 네 가지 헤아릴 수 없는 끝없는 마음이다. ‘대지도론’ 권 20에 의하면, 사무량심의 네 가지 마음인 자비희사(慈悲喜捨) 가운데 자무량심은 중생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고, 비무량심은 중생을 고통으로부터 건져주는 것이며, 희무량심은 중생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사무량심은 이들 세 가지 무량심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사심이 없고 치우침이 없는 평정한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다.


이제 또 다른 관점에서 원바라밀을 이해해 보자. 육바라밀 수행을 통해서 나와 만물이 서로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상호의존적으로 존재하며 더불어 연기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은 보살이 그 깨달음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내재화하는 수행이 십바라밀의 마지막 네 바라밀이다. 그러한 체득의 과정은 곧 주객의 경계를 허물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은 너와 나는 서로 분리되고 독립적인 존재라고 굳게 믿으며, 그래서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하고 개체로서의 나의 존재의미와 가치를 추구한 나머지 실존적 외로움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방편바라밀은 그러한 중생들의 수준과 상황에 맞는 가르침을 주고, 그들과 더불어 고락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보살이 중생으로부터 세속적 현상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보살은 중생으로부터 세간을 배우고 중생은 보살로부터 초세간을 배우는 그러한 과정이 방편바라밀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렇게 해서 중생에 대한 보살의 이해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 보살은 오직 중생의 깨달음과 행복만을 바라는 원바라밀의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이 때의 보살은 일심으로 중생의 기쁨과 행복, 깨달음을 염원하고, 보살의 신구의(身口意) 삼업은 그 염원을 완성하기 위해서 말과 행동으로 실천하게 되고, 뜻으로 가득하게 된다. 그야말로 보살은 자아를 망각한 채 오로지 타자를 위한 삶의 행위, 실천, 존재로서 현존하는, 타자중심적 삶의 극치를 보여주게 된다.

 

▲서광 스님

그 결과 중생과 보살사이에 존재하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중생의 내면에 깊이 잠재된 진여불성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오직 중생의 기쁨과 행복, 그들의 깨달음을 갈망하는 보살의 진정성, 진심이 마침내 중생의 두꺼운 업장을 녹이고 그들의 잠자던 불성, 본래면목을 두들겨 일깨우는 것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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