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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자본주의 모순과 대안으로서 불교-2

기자명 법보신문

자본주의 유령, 절과 선방에도 스며들어
수행에만 전념하려는 스님은 외려 ‘왕따’

이처럼 자본주의는 잉여가치를 착취하고 인간 소외를 심화하고 탐욕을 증대하며 자연을 파괴하고 실업자를 늘리며 빈부격차를 심화한다. 나아가, 더 많은 자본을 가진 자가 자본 증식에 유리하기에 독점을 강화하고 결국 공황을 부른다. 무엇보다도 나쁜 것은 사람들이 탐욕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단 돈 몇 만 원을 가로채려 하룻밤에 서너 명의 주부를 죽인 사람도 있다. 더 많은 이윤을 취하려고 쿠데타를 일으키고 전쟁과 학살을 벌이는 자본가도 있다. 심지어 돈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예술가, 지식인, 종교인조차 물신(物神)을 섬기며 인간성과 양심과 진리를 내던지는 일을 다반사로 여긴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모든 대중도 마찬가지다.


불교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살라, 아예 탐욕을 버리라 가르친다. 필자 또한 많은 부류의 사람을 만나지만, 불자들을 만날 때 가장 마음이 평안하고 흐뭇하다. 이토록 타락한 세상에서도 저 가을하늘처럼 투명하게 맑은 스님과 불자들을 주변에서 흔히 접한다.


그럼에도 자본주의의 유령은 절과 선방에마저 이미 깊이 스며들었다. 주지 선거철만 되면, “한 표당 5백만 원!”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타락의 정도는 심하다. 도반끼리 사찰 재정을 놓고 칼부림도 한다. 수행은 뒷전이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여 이윤 추구하는 데만 몰두하여 웬만한 중소기업을 뺨치는 절도 많다. 쓸 만한 상품을 개발하지 못한 절에서는 합격발원기도 등 다양한 기도와 의례를 통하여 우매한 중생들의 돈을 챙긴다. 불사를 내걸고 신도들의 보시를 받아 수백억 원에 달하는 불상과 전각을 짓는다. 정부로부터 국고를 받아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나 불상을 관리하며 뒷돈을 챙기기도 한다. 심지어 이리저리 모은 돈으로 은처를 두거나 고급술집을 찾는 이도 없지 않다. 이 틈바구니에서 팔정도를 외치며 수행에만 정진하려는 스님이 외려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대중들은 더 심하다.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대부분이 물신의 노예가 되었다. 불자라고 해서 자본가, 정치인, 관료 가운데 덜 탐욕스럽지 않은 이는 보기 드물다. 외려 불자라고 해서 믿었다가 사기당하고 스님이라고 해서 섬겼다가 재산만 날린 흉흉한 이야기들이 떠돈다. 개인의 인품이나 덕성을 탓할 일이 아니다. 수양이 부족하다고 성찰만 할 일도 아니다.


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시장 안에서 성인 수준의 수행을 한 자를 제외하고는 그 어느 누구도 ‘자본주의적 인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모두가 카프카의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리 잠자처럼 인간으로 남아 인간으로 대우받고 살려 하지만, 시나브로 나는 타인을 벌레로 여기고 나 또한 어느새 그들에게 벌레와 같은 존재가 되어 있다. 그러지 않으려 하지만, 신도들은 더 많은 재물을 얻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빌고, 스님들은 더 많은 돈을 내놓는 신도들을 귀하게 여기게 된다. 좌선을 하며 망상을 떨치려 하지만 그럴수록 머리에 깊이 각인되는 것처럼, 물신과 탐욕을 없애려 하지만 가슴 속 깊숙이 자리하여 나를 망치고 절을 무너트린다. 불자들도 서로가 소외를 심화하는 타인이 된다.

 

불자들은 상대적으로 기독교도들에 비하여 가난하다. 그럼에도 빈자에 대한 집단구제 제도가 기독교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척박하다. 가끔 큰돈을 시주하는 이들이 있지만, 스님들에게 바치는 것이지 가난한 불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도흠 교수

대부분의 절이 불사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가난한 신도들의 삶을 구제하는 일에는 돈을 아낀다. 불자들에게는 자본주의적 탐욕에 따라 마음이 가는 것이 암과 같은 중병인데 그런 병에 걸린 줄 모르니 더욱 문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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