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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바라밀-역바라밀

기자명 법보신문

나와 너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는 단계
타인의 깨달음 돕고 이익되는 방법 실천

십바라밀에서 여섯 번째 바라밀수행까지는 비록 보살이 타자를 향해 이타심을 배양하고는 있으나 그 행위의 중심축은 어디까지나 자아에게 있다. 왜냐하면 그 수행의 근본 동기나 과정, 목적은 보살이 자신의 신구의 삼업을 닦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곱 번째인 방편바라밀과 여덟 번째인 원바라밀에 이르면 보살수행의 중심축이 자아에게서 타자에게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하여 보살의 일체 행위, 신구의 삼업은 그야말로 타자를 위한, 타자에 의한, 타자중심의 바라밀행이 이루어진다. 처음 여섯 번째 바라밀행을 통해 보살은 자아와 타자, 사회, 환경, 자연, 우주와 더불어 연기적이고 유기적 관계, 머무름을 실천하는데 장애가 되는 자신의 숙업을 정화시킨다.


그런 다음 7·8바라밀에서 타자와 보다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과 더욱 가깝게 연결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이는 보살의 입장에서 보면 자아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이고, 타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깨달음을 돕고 이익이 되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개발되고 실천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십바라밀의 아홉 번째인 역바라밀에 이르면 6바라밀의 자아중심적 수행과 7·8바라밀의 타자중심적 수행이 마침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자아와 타자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진다. 이것은 여섯 번째 바라밀의 생각수준에서 주객의 경계가 없음을 이해한 것과는 달리 자아와 타자가 하나임을 몸으로 체득하고 내재화된 상태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그 결과 보살이 행하는 일체의 행위에는 힘, 즉 신비력이 따른다.


왜냐하면 보살은 자타의 구분이 없이 타인의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온 마음과 정성, 일념으로 행하기 때문에 보살을 둘러싼 주변이 보살의 이타심에 감동을 받게 된다. 나아가 그들의 마음이 보살의 원력, 이타심의 실천을 완성하는데 동참하고자하는 자연스런 에너지로 전환된다.


부처님 가르침에 의하면 화내는 자는 주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고, 우울한 자는 주변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선한 사람은 타인을 선하게 만들고 이타적인 사람은 타인을 이타적으로 만든다.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행하고, 타인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전념하는 보살행은 능히 주변을 변화시킨다. 나아가 온 사회와 우주가 보살의 일을 돕고 동참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역바라밀을 행하는 보살은 하는 일마다 불보살이 돕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으뜸은 역시 자아정체감의 혼란기, 실존적 위기에 처한 이들을 한순간에 제도하고 그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뛰어난 능력일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성장발달과정에서 너와 내가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 주로 부모나 우리를 돌봐주는 이들과의 유아적·의존적 ‘일체감’, ‘우리’로부터 ‘나’라고 하는 개체성·독립성을 먼저 추구하게 되어있다. 그러한 자아정체감의 확립과정과 혼란기에 있는 사람들은 실존적 공허와 불안을 경험하게 되고, 종교적 삶 또는 영적인 가르침에서 위안을 구하게 된다. 이때 그들이 만나는 보살의 정신수준이 십바라밀의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가에 따라서 그들이 얻게 될 마음의 평화와 깨달음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서광 스님

역바라밀의 단계에 있는 보살이라면 한순간에 기쁨과 위안으로 그들의 내면세계를 채움으로서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게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앞의 6단계에 있는 보살이라면 그런 극적인 만남은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자타를 초월해 있기 때문이고 후자는 자아중심적 수행의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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