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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도 심지 않고 수확을 바랄 순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포교학 개론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시작할 때 마음같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는 많이 없다. 포교의 길도 예외가 아니다. 부처님을 만들어나가는 중대한 작업이라 훨씬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쉽사리 시작했을지라도 가는 길은 대단히 험난하다. 끝없이 기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지할 분은 부처님 밖에 아니 계시기 때문이다. 기도하면 할수록, 정진하면 할수록 강해지지 않은가. 나아갈 방향을 몰라 안타깝기만 할 때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본 사람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안다.


포교의 길, 인생의 길 가운데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내 경우 빌딩 한 귀퉁이를 얻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는데, 이는 대단히 희소한 경우에 속한다.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포교는 사람들 자체가 예측불허의 존재이기에 앞날 역시 예측불허다. 부처님만이 모든 것을 알고 이끌어주실 수 있기에 ‘오로지 부처님께 맡깁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부처님을 열심히 불러 모시며 나갈 수밖에 없다.


인생행로는 진정 얼마나 미지수인가. 미래는 또 얼마나 불확실한가. 괴테는 인생행로를 “안개 속(I’m Nebel)”이라 불렀다. 안개 속을 헤맬 때 어떻게 하는가. 다른 방법이 없다. 관세음보살, 부처님을 불러 모실 수밖에. 너무도 괴롭고 힘들 때 승복을 몇 번씩 찢어버렸던 날도 있었고 그보다 더한 날도 많았다.


윌리엄 카우스 스탠포드대 교수가 미국 백대 기업 CEO들에게 앙케이트를 실시한 결과 과거 자살의 충동을 느꼈던 사람들이 94%에 달했다는 통계를 내 놓은 적이 있다. 미국의 탁월한 CEO들이 아무렇게나 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는 증거다. 그렇다,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포교의 길도 부처님의 길처럼, 부루나의 길처럼 생명을 거는 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출발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도하차가 다반사일 수밖에 없다.


진실로 한국불교는 포교의 전사를 키워내야 한다. 강인한 의지와 기도 정진으로 뭉친 포교의 전사가 아니고서는 앞길을 헤쳐 나갈 수가 없다. 여타 종교들에서 행하고 있는 교역자 양성시스템은 우리 불교와는 한마디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교역자 교육과정을 통해 목적으로 하는 것은 오로지 선교와 복음의 전파다. 불교대학들에서 배출하는 인재들은 포교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적응하고 있을까. 저들은 사막에 갖다 놓아도 살 수 있도록 가르치고 키운다.


우리 불교는 어떤가. 포교는 남이나 하는 일이고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승단 관계 인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불교도 꼭 그렇게 하자는 게 아니다. “포교하자. 포교가 중요하다” 떠들 일이 아니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과 포교 시스템을 짜라는 것이다. 끝없이 불교가 위축되고 고통 받는 사례들이 교계신문들에 항상 보도 되고 있는데도 효율적인 대책 하나 마련한 것을 보지 못했다. 오래전부터 포교는 언제나 찬밥신세인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포교를 시작했던 25년 전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장학금을 주며 많은 스님들을 지켜봤지만 대부분의 스님들이 포교에 무관심한 듯 느껴졌다. 여건 탓을 하겠지만 생사를 걸었던 부루나존자 같은 의지의 화신들을 별로 만나 본적이 없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투철한 신념 없이 포교의 성공은 불가능하다.

 

미친 듯이 부처님을 불러 모시고 나가는 의지의 화신이 아니고서는 이 척박한 포교의 토양 가운데서 제대로 자라나기가 절대로 쉽지 않다. 상황도 나쁘고 포교에의 투철한 의지조차 박약한데 불교의 앞날에 기대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지광 스님

불교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한숨이 절로 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조선시대 오백년을 이겨 나온 불교가 망하기야 하겠나하는 일말의 자위로 산다. 어려웠던 조선시대 스님들이 승군에 몸을 던졌던 의지가 새삼 그립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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