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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아함경 번역한 이 상 규 변호사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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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최고의 法은 불교'

'연기법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요 또한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여래가 세상에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법계에 항상 머물러 있다. 모든 여래는 이 법을 스스로 깨닫고 바른 깨달음을 이룬 뒤에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분별해 연설하고 드러내 보여야 한다.'(잡아함 연기법경)

오당 이상규(71) 변호사는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수행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참선과 천수경 진언, 금강경 사구게 등 한 시간 가량 정진을 한 후 강남구 삼성동 법률사무소로 출근한다.

그곳 사무실에서 다시 금강경을 독송한 후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는 그는 퇴근한 뒤에도 경전번역작업과 함께 또다시 참선과 독송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한 평생 법을 공부하고 그 일에 평생 헌신했던 이 변호사는 뒤늦게 불교와 다시 만난 것을 전생부터 이어진 질긴 불연의 끈이라 믿는다.

불교공부 전념 위해

교수직 과감히 버려

부처님 가르침은

모든 세속법의 지향점

1951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전주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그는 법학관련 책을 구하기 위해 도회지 길거리 서점으로 나섰다. 한창 책을 고르던 중 우연히 눈에 번쩍 뜨이는 책이 있었다. 일본인 학자가 쓴 『반야심경 강의』. 법률 책 대신 불서를 사들고 돌아온 그는 500여 쪽 분량의 책을 연거푸 2번 통독했다.

'이런 것이 바로 진리구나'하는 생각에 그는 다시『석가고(釋迦考)』와 『생의 실현으로서의 불교』등 일본 불교서적을 구해 읽어나갔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책들을 번역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매일 독경-참선 수행

이후 52년 19살의 나이에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하고 그 다음해에는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또 미국과 영국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후 법제처 법제관 및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문교부 차관, 고려대 교수 등을 지내면서 눈코틀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환갑을 맞이한 그는 세속의 법에서 부처님 법으로 중심을 옮겨 불경공부에 남은 여생을 보낼 것을 서원했다. 당시 변호사로도 활동했던 그는 고려대 교수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학교측의 완강한 만류로 미루다 결국 정년을 1년여 남겨 놓고 강단을 떠났다.

그리고 그는 본격적인 불교 공부에 착수했다. 주요 대승경전을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던 중 금강경에 매료된 이 변호사는 금강경과 관련된 서적을 모두 구해 읽었다. 그러던 중 '이렇게 중요한 부처님의 말씀을 왜 그리 어렵게 설명하나'라는 의문이 들었고 2000년 1월 1일 자신이 이해하는 금강경을 책으로 펴낼 것을 다짐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체험했던 거룩한 불음의 감동을 단 한사람에게라도 더 전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렇게 나온 책이 바로 『금강경의 세상』(삼지원 간). 이 책을 읽은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금강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격려와 감사의 글들이 잇따랐다.

18세 때 불서가 인연

'뒤늦게나마 불법의 맛을 알아 행복하다'는 그는 2001년에는 아함경을 새로 번역하고 정리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불교의 뿌리인 아함경이 그 좋은 가르침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글대장경에서마저 번역용어가 통일되지 않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였다.

또 아함경은 다른 대승경전과는 달리 소박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어 물질문명에 찌든 현대인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곳 저곳 수소문한 끝에 완전한 아함경 판본을 구한 이 변호사는 당장 번역에 착수했고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번역을 끝낸 상태다.

그는 이 책을 불교의 근본원리, 삼보, 수행방법 등 다양한 주제로 분류하고 상세한 인덱스를 첨부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평생 법을 업으로 삼고 살아왔지만 경전을 공부할수록 모든 세속법이 불법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부처님이 최고의 법조인이자 삶의 나침반을 제시한 인류의 스승인 것이지요.'

하루 3∼4시간씩 譯經

지난해 칠순잔치 비용을 연꽃마을에 기부하기도 했던 이 변호사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경전번역은 물론 변호사 업무를 봐야하고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에는 도봉산 선각원에서 아함경을 강의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중순에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67개국 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범태평양변호사협회(The Inter-Pacific Bar Association)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정열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이 변호사. 그의 삶이 빛나는 것은 자신이 배우고 익힌 앎을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려는 '아름다운 회향'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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