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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바라밀-지(智)

기자명 법보신문

智는 지혜가 삶속에 실현된 법신불 단계
불교 수행 궁극의 목적은 깨달음의 나눔

십바라밀의 마지막 단계는 지(智)바라밀이다. 그런데 육바라밀의 여섯 번째도 지혜바라밀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섯 번째 바라밀의 지혜와 열 번째 바라밀의 지혜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섯 번째 바라밀의 지혜는 주객의 이원성이 통합되고 초월된 최초의 깨달음이다. 반면에 열 번째 바라밀의 지혜는 그렇게 깨달아진 지혜가 방편, 원, 역 바라밀의 과정을 거치면서 주객의 이원성이 실제 삶속에서 실현되고 통합되어서 감각, 느낌, 정서, 인지, 기억 등 마음의 전 영역을 통해서 내재화된 지혜다.

그러므로 유식5위 수행에서 본다면 전자는 3번째 단계인 견도(見道) 수준이고 후자는 마지막 단계인 궁극적 경지, 법신불의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여섯 번째 지혜는 무분별의 지혜에 해당하고 열 번째 지혜는 분별의 지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무분별지가 만물의 근원적 동일성, 일체성에 대한 이해라면, 분별지는 그 일체성이 상황과 조건이라는 인연을 만나서 다시 진공묘유로 드러나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라고 볼 수 있다.


무분별의 지혜는 만물이 본질적으로 연기되어 있으며 상호의존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일체는 상대 즉 환경과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실제로 만물과의 관계 속에서 온 몸으로 체득하고 내재화하지 않으면 깨달음 이전에 형성된 업 즉 과거기억과 경험, 습관의 힘에 의해서 여전히 압도되고 지배를 받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 가운데 더러는 5~6단계에서 경험한 선정과 지혜가 세속에 오염되고 더럽혀지는 것이 두려워 세속으로부터 벗어난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 그들과 떨어져서 고요히 머물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도교적 사상이지 불교적 태도는 아니다.


특히 선(禪)적 태도는 더욱 아니다. 선수행 과정을 묘사한 대표적 가르침인 심우도를 보더라도 주객일여의 8단계는 원래 도교수행의 최고단계고, 선은 그 깨달음을 실제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고 체화하는 9단계의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완성된다.


아직도 불교 수행의 궁극적 목적을 깨달음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깨달음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고 방편이지 목적이 아니다. 왜 대승불교가 육바라밀에서 끝나지 않고 십바라밀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를 진실로 고민해 본다면 충분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육바라밀 수행만으로는 이타적 사랑을 실천하고, 전법에 온전히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원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선정과 지혜를 얻었으면 그것을 아직 얻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나누고 실천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 그런데 나누고 실천하는 작업이 없다면 그것을 대승불교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깨달음의 대가는 존경과 대접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우리 대승불교가 그동안 신통찮게 여겨왔던 소승불교에 해당하는 태도다. 왜냐하면 초기불교가 이상적으로 목표하는 아라한과를 성취한 자는 능히 타인의 공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자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승불교의 이상적인 인간상은 보살이다. 그런데 보살의 이미지는 대접을 받는 자가 아니고 대접해 주는 자고, 보살핌을 받기보다는 보살펴주는 자다. 그런 의미에서 대승불교에서 깨달음의 열매는 봉사, 연민, 사랑, 존중 등 이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광 스님
사랑의 적극적인 실천, 온 몸, 온 마음으로 더 많이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으로서의 지혜가 아니라면, 그것은 필시 진실한 지혜, 깨달음이 아닐지 모른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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