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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문화의 생태학적 인식』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인간 중심의 생명모순 극복 주창

최근들어 우리 민속에 대한 생태학적인 접근이 학계와 환경운동계에서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해 일군의 학자들이 지난해 제8회 세계생태학대회에서 발표한 논문들도 우리 민속에 대한 생태학적인 고찰이었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라마다 민족마다 나름대로의 기억들이 있다. 기억을 잃어버린 나라와 민족은 불행하다. 그 기억들 가운데 민속은 가장 실제적이며 구체적인 문화로, 그 나라 그 민족의 존재증명이다.

민속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유기적으로 생성-발전-쇠퇴 또는 전승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변성이 심하다. 그러면서도 민속의 가치는 그 가변성에서 나온다. 가변성은 곧 생명성을 의미한다. 민속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교집합이기도 하다. 오늘에 와서 옛 민속이 생명의 차원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은 그 안에 옛 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속에 남아있는 옛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생각은, 자연이 인간을 위해 부수적으로 창조한 인간의 소유물이라는 서구의 유일신적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 자연은 다만 인간의 주변이며 정복의 대상일 뿐이라는 물신적 개발논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들어 환경 문제의 대안적 관점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다.

『민속문화의 생태학적 인식』의 저자인 임재해 교수는 안동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중견 민속학자이다. 민중민속학과 민족민속학에 이어 최근에 들어 생태민속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민중민속이 계급모순 차원에서, 민족민속이 민족대립 모순 차원에서 언급된 것이라면, 그 스스로 제3의 민속학이라고 칭한 생태민속학은 인간중심주의에서 빚어진 생명모순 극복을 위한 생태철학의 과제로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은 공생적 세계관과 지속가능성에 입각한 생태학적 시각으로 우리 민속을 해석하고, 우리의 민속문화에 나타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생명적 차원에서 성찰한 역저이다. 그는 20세기 말에 새롭게 조성된 '생명 모순'을 인류사회의 모순을 넘어 인류와 지구 생명의 총체적 모순으로 파악하고, 민속문화는 그 모순을 타파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대안문화라는 것이다. 우리의 민속문화에 내재된 '공생적 가치'는 현재 지구환경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인간중심적 생명대립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우리의 민속문화가 공생적 세계관과 생태학적 순환성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과거 우리 사회가 공동체 사회를 기반으로 형성되었으며, 농업과 같은 생명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민속문화의 주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책의 발간은 이제 환경이나 생태 문제는 환경운동가나 생태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각 분야의 학자들이 각자 자기 영역에서 생태학적 관점에서 오늘의 문제를 해부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에 왔음을 웅변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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