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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 스님 [상]

기자명 법보신문

춘원 이광수의 ‘법화경’ 번역 만류

 

▲스님은 한국불교정화에 자신의 신념을 다 바쳤다.

 

 


‘성불을 한 생 미루더라도 한국불교 정화는 기필코 완수하겠다’는 신념으로 불교정화에 앞장섰던 청담 스님은 1902년 진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봉부차제라는 한문사숙에서 처음 글을 배운 후, 18세에 이르러 보통학교에 입학해 신학문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숨겨진 재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3·1만세운동이 들불처럼 번질 때는 앞장을 서기도 했다. 그 때문에 경찰서에서 7일 동안 훈계를 받다 풀려났고, 이는 진주농업전문학교 불합격 이유가 됐다. 이때 스님은 낙방 이유가 만세운동에 앞장섰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교장을 찾아가 며칠간이나 부당함을 역설한 끝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


이처럼 결코 범상치 않았던 학창시절을 보낸 스님은 진주농업전문학교 시절 호국사에서 물을 마시던 중 한 스님의 “왜 사람은 물을 마셔야 하느냐”는 물음에 멈칫 했다. 이어 그 스님은 “마음이 물을 마시고 싶다고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마음이 뜨겁다고 생각하고 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라고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하고는 사라졌다. 그 스님이 바로 유점사에서 수도하고 있던 박포명 스님이었고, 청담 스님은 이 일을 계기로 자기를 돌아보고 사색하는 일이 늘어났으며 결국 출가를 결심하게 됐다.


스님은 25세에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불교를 연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송운사에서 아끼모도 준가 스님 밑에서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 6개월 만에 귀국해 고성 옥천사에서 남규영 스님을 은사로 출가 한 후 박한영 스님이 이끄는 서울 개운사 강원에서 경전과 논전, 율전 등 삼장을 연구했다. 함께 수학했던 도반들이 이 시절의 청담 스님을 “신심이 특히 뛰어났으며 언제나 부지런하고 끈기 있는 노력형일 뿐만아니라, 남들이 다 자고 있는 밤이라도 호롱불을 켜놓고 책을 보고 있는 이 또한 청담이었다”고 회고할 정도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공부에 전념했다.


이후 제방에서 정진 끝에 만공 스님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후엔 언제나 법석에서 ‘마음의 도리’를 설했다. 따라서 ‘불교는 유물론이 아니라 유심론이며, 마음을 갈고 닦으면 부처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 스님은 이런 이유로 ‘불경을 잘못 해석하면 엄청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무분별한 경전번역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이광수의 ‘법화경’ 번역을 만류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어느 스님에게 ‘가톨릭 신자인 춘원이 ‘법화경’의 이상적 내용에 반해 소설적으로 불교를 생각하고 번역하려 하는데, 그의 명성 때문에 번역이 잘못돼도 그게 옳다고 믿을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니 그를 설득해 달라’는 청을 들은 스님은 곧바로 춘원을 만나 몇 날 동안 토론을 거듭했다. 그리고 결국 춘원이 경전을 펴놓고 품마다 묻고 대답하기에 이르렀고, 이때 청담 스님은 “아직도 ‘법화경’을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된 모르는 것이 많을 것이니, ‘원각경’과 ‘능엄경’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3년 후 다시 만나자, 춘원은 “‘원각경’을 읽은 뒤 ‘법화경’을 대하니 그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없어 정말 모르겠다”며 “되풀이 읽어 볼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고, 전에 알았다고 큰소리친 것이 유치한 것이었음을 알겠다”고 고백했다. 춘원은 이 인연으로 불자가 되었으니, 결국 청담 스님의 한결같은 믿음이 경전 번역의 오류를 막는 동시에 춘원 이광수라는 시대의 걸출한 문학가를 불자로 만든 것이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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