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십바라밀-종합

기자명 법보신문

나누고 공유하는 보시가 바라밀의 핵심
모든 수행의 목적은 깨달음의 나눔돼야

우리는 그동안 10회에 걸쳐서 십바라밀의 각각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십바라밀의 핵심은 보시다. 보시는 물질, 깨달음, 그리고 편안한 마음을 서로 더불어 나누고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물질을 탐하고, 진리에 어둡고, 그래서 서로 갈등한다. 뿐만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과 미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게 된다. 보시를 가장 온전하게, 즉 가장 합당한 것을 가장 합당한 시간, 합당한 대상에게 주기 위해서는 절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지계바라밀이다. 팔정도수행은 대표적인 지계바라밀의 하나다. 주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주거나 필요이상으로 주게 되면 상대를 유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하게 된다.


때로는 주고 싶지만 상대를 위해서 주지 않고 참아야 하고, 때로는 주기 싫지만 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된다. 그래서 인욕바라밀이 필요하다. 인욕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진이 필요하다. 정진은 사념처 수행을 통해 보시하는 행위와 마음을 보다 잘 자각하고, 올바른 행을 방해하는 걸림돌은 사정근을 통해서 부지런히 제거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한동안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마음이 고요하고 순탄하게 되어 선정의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추고 왜곡된 마음이 없는 선정의 상태는 자연스럽게 불이(不二)의 지혜바라밀로 이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우리는 모두 연기적 존재로서 서로 의지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깨달음은 자신의 아집을 깨고 세상과 소통하고 깨달음을 몸으로 실천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것이 방편바라밀이다.


사무량심과 사섭법 등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진실로 일체 만물의 깨달음과 행복을 염원하게 되는데 그것이 원(願)바라밀이다. 사심없이 오직 세상 만물의 평화와 행복을 갈구하는 진실된 마음은 자연히 주변을 감동시키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비력을 낳는다. 이것이 역(力)바라밀이다. 그러한 신비력의 체험은 세상 일체 만물이 진실로 하나이고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체득하게 함으로서 마침내 궁극의 지혜에 도달하게 만든다. 그것이 지(智)바라밀이다.


우리는 대부분 상황과 맥락, 조건을 무시한 채, 십바라밀 각각을 독립적으로 이해하고 제각각으로 수행한다. 이를테면 지계의 궁극적 목적이 올바른 보시를 하는데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무조건 계를 지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계를 통해서 좀 더 자비롭고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냉정하고 비판적이 된다. 그 결과 계를 지키면 지킬수록 상대입장을 배려하고, 소통하고 개방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꽉 막히고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변해갈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육바라밀이나 십바라밀을 실제로 실천 수행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그냥 관념적, 이론적으로 받아들여서 그 순서와 뜻을 외우는 것으로 자신이 바라밀 수행을 잘 안다고 착각한다. 또 어떤 이들은 깨달음의 궁극적 목적이 좀 더 많이 그리고 더 깊은 연민심을 실천하는데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매우 인위적이고 억지로 무리해 애를 쓰면서 오직 깨달음에만 매달린다.

 

▲서광 스님

물론 십바라밀의 순서가 고정돼 있어 반드시 순차적으로 닦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떤 수행이든 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보시의 마음을 궁극의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깨달음과 자비심을 얻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