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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자본주의 모순과 대안으로서 불교-4

기자명 법보신문

자본주의식으로 사는 것은 반불교적
붓다와 마르크스 모두 평등사회 지향

이번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선 대안과 불교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자. 흔히 자본주의를 부정하면 ‘좌파, 빨갱이’ 등으로 매도한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자본주의식으로 산다는 것은 반불교적이다. 진정 부처님 말씀대로 사는 사람은 자본주의를 용인도, 수용도 할 수 없다. 타인의 것을 빼앗아 자기 배를 불리는 것이 자본주의인데, 부처님은 그 반대로 보살행을 행하라 하셨다. 끊임없이 확대재생산을 하여 탐욕을 증대하는 것이 이 체제의 원리인데, 부처님은 탐욕을 없애라 하셨다. 물질에 휘둘려 물화와 소외를 심화하는 것이 이 양식의 특성인데, 부처님은 그 망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함과 깨달음에 이르라 하셨다.


혹자는 자본주의의 모순과 병폐는 인정하는데, 자본주의를 넘어선 체제가 가능하냐고 묻는다.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머슴과 노비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지금 머슴이나 노비는 한국 땅에 없다. 100여 년 전엔 모든 인간이 다 같이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극히 소수의 계몽주의자들에 불과하였다. 대략 80%의 서민은 교육을 받을 수도, 벼슬을 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부모가 양반이 아니란 이유로 대학입학을 거부하거나 행정고시 응시 자격을 주지 않는 일은 없다. 그와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를 넘어선 체제가 들어선다면, 오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구분도 사라질 것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마르크스의 무용론을 주장한다. 사회주의가 실패로 끝났으니 마르크시즘은 이제 용도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실패에 대해서도 따져보아야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하는 한 마르크시즘은 유용하다. 이보다 예리하고 깊이 있게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논리나 이론은 아직 지구상에 없기 때문이다. 1%의 탐욕스런 소수의 야만과 부패에 견디다 못한 99%가 전 세계에 걸쳐 저항하고 금융위기와 공황의 유령이 전 세계에 드리운 이때, ‘자본론’은 이런 상황을 가장 잘 분석하고 전망할 수 있는 최고의 교과서다. 지금이야말로 세계의 흐름을 잘 읽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정확히 전망하려면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를 읽어야 한다.


트레버 링, 유승무 교수와 필자의 연구를 종합하면, 붓다와 마르크스는 다른 점도 많지만 같은 점도 많다. 신적 존재를 부정하고 이 세계를 쉼 없이 변화하는 것으로 무상(無常)의 관점에서 파악하였으며, 기존질서와 논리는 물론 기존의 텍스트에 대해 비판적이고 해체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각자의 이기심과 탐욕을 버리고 이타적이고 대자적인 실천을 행할 것을 주장하였다. 무엇보다도 붓다와 마르크스는 신분과 계급의 차별이 없이 만인이 평등한 이상사회를 꿈꾸었다.


차이도 분명하다. 붓다는 모든 것이 마음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라며 유심론의 입장에서 세계를 해석하고 깨달음에 따라 새로 구성하고자 하였고, 마르크스는 이제 철학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며 유물론에 입각하여 세계를 바라보고 인간주체의 실천에 의해 변화시키고자 하였다. 붓다에게는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인간해방의 장애물이었고, 마르크스에게는 노동이나 경제 성장 그 자체가 아니라 노동을 물신화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인간해방의 장애물이었다. 불교는 수행자에 의한 인정투쟁을 통해서 이상사회에 도달하려고 한 반면에, 마르크시즘은 노동자의 계급투쟁에 의해 이상사회를 건설하려고 한다.

 

▲이도흠 교수
그러기에 유승무 교수의 비유대로, 붓다와 마르크스는 같은 꿈을 꾸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방법, 실현 조건은 다른,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뒤바뀐 조합인 동몽이상(同夢異床)의 관계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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