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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단보 마애불과 조계종의 이중성

기자명 법보신문
  • 기자칼럼
  • 입력 2011.10.28 20:13
  • 수정 2011.10.31 15:52
  • 댓글 0

[기자칼럼] 이재형 기자

제2마애불 없음 확인됨에 따라
‘마애불 논쟁’도 사실상 일단락
조계종 입장 바꾸기 도마에 올라
정치목적이었다면 비난받아 마땅

 

▲2010년 10월 4대강 공사중 발견된 낙단보 마애불.

조계종과 문화재청이 지난 1년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낙단보 마애불 논쟁’이 일단락됐다. 조계종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실시된 제2마애불 발굴조사 결과 또 다른 마애불이 없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조계종 문화부는 발굴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던 10월26일 “이 정도로 발굴조사를 했다면 충분한 것으로 본다”며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그동안 조계종이 낙단보 마애불과 관련해 문화재청에 제기했던 많은 요구사항이나 불만도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낙단보 마애불과 관련해 진행돼 온 일련의 과정에 있어 조계종이 그리 떳떳할 것은 없어 보인다. 낙단보 마애불에 대한 조계종의 입장에 일관성이 없었을 뿐 아니라 낙단보 마애불을 고의적으로 정치 쟁점화 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과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낙단보 마애불이 논란이 된 것은 문화재청이 지난해 10월14일 낙단보에서 마애불을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마애불 우측 상단에 구멍이 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4대강 공사를 강행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조계종은 10월20일 현장답사를 실시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마애불은 훼불이 아닌 불가피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그나마 이렇게 마애불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계종의 이러한 입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초 정부가 템플스테이 예산을 대폭 삭감함에 따라 조계종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고, ‘우연인지’ 낙단보 마애불에 대한 입장도 180도 바뀌었다. 처음 “훼불이 아니다”라는 입장 대신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2월10일 기자회견에선 △마애불이 이미 9월에 훼손됐음에도 10월 발견한 것처럼 발표 △4대강 사업 강행에 따른 의도적 훼손 △문화재청 보호 조치 전무 △제2마애불 관련 제도 의도적 은폐 △낙단보 4대강 사업 중단 △마애불 지방 문화재로 격하 등 온갖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국민과 종교지도자 기만’ ‘사법기관 고발 조치’ 등 표현을 써가며 거칠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2월16일 문화재청장이 직접 관련 의혹들을 일일이 규명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9월 훼손설에 대해선 바위에 구멍을 뚫는 천공작업이 10월부터 진행됐기에 9월 훼손설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마애불 지방문화재 지정도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문화재위원회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은 다음날인 2월17일 기자회견을 다시 열고 “문화재청의 해명을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했지만 9월 훼손설, 지방문화재 의도적 격하, 보호조치 전무 등 의혹들에 대한 재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다. 조계종이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조계종은 처음 마애불 훼손이 고의적이지 않았다는 입장에서 선회한 것도 그렇지만 간단한 사실만 확인했더라도 풀릴 의혹들을 놓고 감정적으로 치달았다. 특히 지방문화재 격하 의혹은 대단히 섣불렀다. 문화재 전문위원들의 지방문화재 결정에 외부 압력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면 불교계가 오히려 문화재위원회에 압력을 넣고 있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인 것이다.

 

그럼에도 조계종은 “문화재청 입장표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제2 마애불 발굴조사를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제2 마애불이 있다는 주민들의 제보들이 있는 만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마을 주민들 중에는 제2 마애불의 존재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발견된 마애불 앞에서 여러 대에 걸쳐 제사를 드렸다는 한 노인은 다른 마애불은 없다고 여러 차례 단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 해명 이후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의 강경대응은 계속됐다. 2월18일 총무원 교역직 스님 및 일반직 종무원 300여명이 마애불 발견 현장에서 1080배를 하는가 하면, 낙단보 마애불 앞에 옹벽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물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처음 도로 차단에 대한 주민들의 불편함과 도로 이용 국민의 시간적․경제적 부담 문제 등을 내세우며 난색을 표했던 문화재청도 끝내 조계종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문화재청의 허가 아래 불교문화재연구소와 경상북도문화재연구원이 1차 조사(2011.5.3~5.25)와 2차 조사(2011.9.21~10.7)를 벌였다. 그 결과 제2 마애불이 있다는 몇몇 주민들의 제보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연인지’ 조계종과 정부의 껄끄러웠던 관계가 많이 해소되고 정치인이 사찰과 조계종총무원을 오갈 수 있게 됐다.

 

이번 ‘낙단보 마애불 논쟁’은 공사 중 일어날 수 있는 문화재 훼손 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또 ‘제2마애불’의 존재 가능성이 아무리 적더라도 의혹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을 수 있다.

 

▲이재형 기자

그러나 조계종의 입장 바꾸기를 비롯해 잇따른 감정적인 대응들은 철저한 자기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마애불에 대한 그동안의 외침과 지금의 침묵이 정치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목적이 좋더라도 과정이 여법하지 않다면 그것은 결국 불교가 아니며, 불교계가 가야할 길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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