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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산과 같은 넓은 품을 기대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온 산이 울긋불긋하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얼마 전까지 꽃무릇이 경내를 뒤덮었던 선운사에도 조금씩 단풍의 기운이 찾아오고 있다. 계절에 따라 다른 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산에 사는 사람들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선운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 하루 종일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선운사가 지역에서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휴식처가 되어 줄 수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산을 내려와 보면 세상은 어지럽기만 하다. 며칠 전 막을 내린 서울시장 선거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후보자들은 서울시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의 공약을 놓고 토론하기보다 상대방을 헐뜯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시정잡배들이나 사용하는 말들이 튀어나오고, 상대진영에 대한 고소·고발이 뒤따랐다. 정도가 얼마나 심했던지 서울시 선관위가 후보자끼리의 상호 비방이나 네거티브 선거전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는 담화까지 발표했다. 해묵은 색깔론까지 나왔다.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던 국민들의 바람과 멀어지는 풍토가 아쉽기만 하다.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분노하면 법(法)을 보지 못하며, 분노하면 도(道)를 알지 못한다. 능히 분노를 물리치는 사람은 복과 기쁨이 항상 그를 따르리라”고 말씀하셨다.


서울시장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뛰어 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말씀이다. 자신의 허물을 보기 전에 남의 허물부터 보고 또 남의 허물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 하는 사람은 언젠가 크나큰 화를 다시 만나기 마련이다.


부처님이 보여 주셨던 일화를 하나 더 살펴보자. 부처님은 가장 위대한 성인이기도 하지만, 정치를 가장 잘 아는 분이기도 했다.


부처님은 당시 빈번했던 전쟁을 막아내기도 했다. 부처님 재세시 아사세국이 밧지국을 쳐들어가려 했다. 본격적인 전쟁을 앞두고 아사세의 왕이 대신을 보내 전쟁을 이길 수 있는지 부처님에게 여쭈어보라고 했다. 부처님은 그 물음엔 대꾸를 안 하시고, 아난에게 밧지국의 왕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부족장들을 불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일을 처리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민주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나라는 번성하면 했지 쇄약해지지 않는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 얘기를 아사세국의 대신이 왕에게 전해 전쟁을 일으키지 않게 하였다.


물론 지금이 부처님 당시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정치는 이것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바로 민주적 과정에 대한 것이다.


특히 지도자라면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고 아무리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소통하고 합의해 나가는 마음가짐이 절실히 요구된다.


어렵고 힘들기에 국민들은 그렇게 해 주리라 믿고 국가의 지도자로 선출해 준 것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겠지만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는 것을 위주로 하다 보면 올바른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진보하기보다 오히려 후퇴를 거듭할 것이다.


얼마 전부터 ‘안철수’라는 이름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개인적인 호(好)·불호(不好)를 떠나 국민들이 왜 ‘안철수’라는 인물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지를 기존정치인들은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저 인기 많은 대학교수라고 평가 절하만 할 일은 아니다.


▲법만 스님

이제 선거는 끝이 났다. 그러나 이후로도 크고 작은 선거들은 계속 될 것이다. 산이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들을 따뜻하게 품듯이 국민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정치가 구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법만 스님 고창 선운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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