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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근

기자명 법보신문

사정근은 깨달음 돕는 네 가지 올바른 노력
있는 그대로 모습인 연기적 삶 실현위한 것

사정근(四正勤)은 깨달음을 돕는 37가지 수행 가운데 선(善)한 마음은 더욱 자라게 하고 악(惡)한 마음은 없애려고 애쓰는 네 가지 올바른 노력이다. 첫째는 이미 생긴 악은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 아직 생기지 않은 잠재적인 악은 미리 방지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이미 생긴 선은 더욱 자라나게 하고 넷째, 아직 잠재된 선은 생겨나도록 노력한다. 사정근은 고통의 근본원인을 멸하는 8가지 올바른 방법인 팔정도(八正道)나 악을 그치게 하고 선을 따르게 하는 수행의 도덕규범인 지계(持戒)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계율을 지키는 일이나 팔정도를 닦는 일과 마찬가지로 네 가지 올바른 노력에서도 우리가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에 대한 개념적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유식30송에 의하면 믿음, 양심,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 탐욕·성냄·어리석음이 없는 마음, 정진, 가볍고 평온함, 게으르지 않음, 평등심, 공격성이 없는 마음이 바로 선에 속한다고 했다. 이들 11가지 선한 정신작용들은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반면에 악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 거만, 의심, 악한 견해, 속임, 아첨, 질투 등 26가지 불선한 정신작용들로서 깨달음을 방해하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사정근은 바로 이와 같은 11가지 건강한 정신작용들을 개발·증장시키고 26가지 건강하지 않는 정신작용을 방지하고 멈추게 하는 노력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와 같은 네 가지 올바른 노력이 필요한가? 즉 노력에 앞서 사정근을 닦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상에서 부딪치는 갖가지 인연들을 향해 더 많은 사랑, 연민심을 내고, 더 적은 화, 공격성을 내기 위한 것이다. 인연한 사람들과 단절이 아닌 소통을 위한 것이고, 착각이 아닌 바른 깨달음을 위한 것이다. 일방적이 아닌 양방적인 태도를 기르기 위한 것이고,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서 나누며 살아가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들이 원래 존재하는 양식,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연기적 삶을 깨닫고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정근에 대해서 한 가지 더 확인해야 할 내용은 올바른 노력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바른 노력은 타인이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어떠한 인정이나 대접,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력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충분히 보상받고 내적으로 충만되기 때문이다. 가끔 계율을 잘 지킨다는 핑계로 주변을 불편하게 하고, 스스로 평화롭지 않은, 딱딱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필시 중도의 이치를 알지 못하고, 자신을 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사정근뿐 아니라 어떤 유형의 수행이든지 실천수행에 앞서서 반드시 그 수행과 관련된 개념과 궁극의 목적에 대한 이해를 명료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그렇게 해 왔으니까,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아니면 필요하고 해야 하니까, 좋아하니까 한다는 식으로 깊이 사유하지 않고 행하게 되면 주객이 전도되어 목적과 방편을 혼동하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서광 스님
그렇게 되면 불법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법이 독사가 되어 도리어 자신을 물어버리는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리하여 스스로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샘솟는 기쁨, 환희심, 충만감 대신에 억압, 과잉행동, 겉치레 등과 맞물린 불건강한 정신작용이 그 뒤를 따라 일어날지도 모른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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