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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심관(五停心觀)

기자명 법보신문

불건강한 마음 정화하는 다섯가지 수행법
정신적 장애 제거 후 지혜 닦는 훈련해야

오정심관은 불건강한 심리상태를 제거하는 5가지 수행법이다. 오정심관에서 관(觀)은 지관(止觀)의 지혜를 의미하는 관(觀,vipaśyanā)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고, 어지럽고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멈추게 한다는 기능적 의미에서 사마타(sāmatha, 止) 명상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우리들의 내적인 마음의 평화와 원만한 인간관계를 방해하는 가장 대표적인 불건강한 심리상태는 탐욕, 화, 어리석음의 3가지 독성과 자아에 대한 집착(我執), 그리고 분별하는 산란한 마음이다. 이들 5가지 불건강한 마음을 정화하고 해독하는 방법이 오정심관이다. 탐욕의 성향이 강한 사람은 부정관(不淨觀·몸의 더러움을 떠올림)을 하고, 분노의 성향이 강한 사람은 자비관(慈悲觀·모든 생명들의 행복을 염원)을 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관(因緣觀·일체 것들이 원인과 조건에 얽혀서 발생)을 하고, 아집의 성향이 강한 사람은 무아를 통찰하는 계분별관(界分別觀·5온, 12처, 18계를 관함)을 하고, 분별심이 강한 사람은 수식관(數息觀)을 하라는 것이다.


누구든지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먼저 위의 5가지 대표적인 불건강한 심리요소들을 어느 정도 제거, 즉 치료를 하고 출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식은 일상의 삶과 인간관계 속에서 위의 5가지 요소들에 휩싸이고 얽매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유난히 자기에게 두드러진 불건강한 정신적 장애물을 가라앉히고 나서 지혜를 닦는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지 않고 무작정 깨달음을 얻겠다고 나아가게 되면 마치 심한 감기몸살을 앓고 있는 자나 팔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등산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등산을 온전하게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한 육신이 필요하듯이 깨달음을 향한 마음의 여행 또한 일정한 수준의 건강한 심리상태가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치료에 있어서도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팔이 아프면 아픈 팔을 치유해야지 엉뚱하게 아프지도 않은 발가락을 치료해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화가 많아서 평소에 인간관계를 그르치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사람이 화를 치유하는 자비관 대신에 수식관을 하려고 하면 속에서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질 뿐, 효과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평소에 하던 습관 때문에 분별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인연관이나 계분별관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 또 문제의식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생각이 필요하지 않는 수식관에 더 이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애써 열심히 수행을 하고도 추수할 것이 없거나 보잘것없는 수행의 열매, 심지어는 아집이 더 강해지는 부작용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교리공부도 마찬가지다. 먼저 자기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거기에 합당한 공부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화가 많으면 부처님께서 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가르치셨는지를 찾아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탐욕, 질투심, 또는 어리석음이 문제가 되면 그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고 그냥 마구잡이로 공부하게 되면 자칫 서울에서 부산으로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 유럽지도를 펼쳐놓고 공부하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공부해두면 언젠가는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당장에 가야할 목적지는 부산이니 부산가는 길부터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순서다.


▲서광 스님
흔히 불교공부는 어렵고 난해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불교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교를 공부하는 방법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불교공부에서 진짜 중요한 주교재는 자기 자신인데 엉뚱하게도 주교재는 제쳐두고 부교재만 잔뜩 공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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