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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이 법에 어긋남 없어야 신뢰가 형성된다

기자명 법보신문
▲포교학 개론

‘십주비바사론’을 보면 설법자의 네 가지 덕이 나온다. 첫째 널리 보고 많이 배워 일체 언어장구에 걸림이 없어야한다. 박학다식을 말한 것이다. 둘째 세간과 출세간의 생멸상을 잘 알아야한다. 섯째 선정과 지혜를 얻어 경법에 대한 의심이 없어야한다. 넷째 더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고 오직 말과 같이 행하는 것이다. 부처님 말씀을 잘 지키라는 말이다. 이 같은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포교사가 얼마나 될까.


문자를 버리라는 얘기를 거듭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포교에 어찌 문자가 필요치 않겠는가. 문자를 알면서도 문자에 걸림이 없어야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또 출가한 사람이 세속의 것들을 알아 무엇하겠느냐하며 세상사를 도외시하는 풍조가 없지 않지만 세상을 알지 못하고 어찌 세상을 구할 수 있겠는가. 선과 교의 갈등을 이겨내고 부처님의 길을 열어 갈 수 있는 포교사의 삶을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양고승전’에는 법사의 4대 조건으로 성(聲), 변(辯), 재(才), 박(博)의 네 가지를 들었는데, 첫째 대중을 감동시킬만한 원만한 음성을 갖추어야한다는 것이고, 둘째 변은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이 되어야한다는 것이고, 셋째 재주가 출중해야하며, 넷째 박학다식하여 팔만사천의 법문을 펼칠 수 있는 학덕과 인품을 갖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화엄경소’에도 법사 십덕을 얘기하고 있다. 일체 모든 법의 차별을 잘 알아야하고, 중생들을 위해 여래의 미묘한 법을 잘 펴서 말하는 것이며, 대중들 가운데에서 두려움이 없어야하고, 변재가 걸림 없어 일체법을 설하되 계속해 끊어짐이 없는 것이며, 근기를 따라 설하여 잘 알아듣게 하는 것이다. 또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말과 같이 닦고 행하되 중생의 마음을 어기지 않아 모두 함께 훌륭한 행을 닦게 하는 것이며, 위의를 법답게 하여 일거수일투족이 모두의 모범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모든 선법을 정진 습득하여 중생들의 마음 가운데 물러남이 없게 하는 것이며, 몸과 마음을 정숙히 하여 훌륭한 행을 닦고 항상 자비심을 일으켜 교화하되 게으르지 않는 것이고, 모든 인욕행을 닦고·익혀 타락 없는 법인의 힘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취를 통해 성(聲), 변(辯), 행(行), 덕(德), 박학(博學), 재지(才智), 자비(慈悲), 도심(道心)의 여덟 가지를 법사의 여덟 가지 요건이라 하였다. 포교사의 길은 이처럼 요건이 많고 재주가 남다른 길이라 생각할 수 있다. 어디에 가든 팔방미인이 되어 모든 사람들이 요구하는 점들을 나름대로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그 가운데 자신의 수행을 키워 갈수 있는 참 수행자여야 한다. 포교사가 일신의 영달이나 세속, 애정에 몰두하면 부처님을 향한 의지가 소홀해져 그를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괴로움을 안기는 결과가 될 것이다.


포교사는 부처님을 대신해 불법을 전하는 사람이다. 우선 자신을 위해 부처님 사상에 위배됨이 없어야하고 그 다음으로 중생들을 거스르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항상 자신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비쳐 보이는가를 생각해야하며 말과 행동에 항상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사람들은 말과 행동 그리고 생김새를 따라 그의 성품과 인격을 대강 점칠 수 있다. 인물이 덕성스럽고 자비스런 사람은 많은 사람을 구원하고 자기도 잘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대개는 자기도 망하고 남도 망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물건도 예쁘고 튼튼하고 좋은 것은 잘 팔린다. 중생의 근기에 따라 지도자로서 행동하는 사람은 부처님처럼 32상 80호를 다 갖추지 못했다 할지라도 남의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특히 포교사는 좋은 인상과 더불어 언어에 신경을 써야한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언어로 중생에게 이익과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한다. 말과 행동이 항상 하나여야 하는 것을 언행일치라 하듯 행동을 조심해야한다. 말만 잘하고 행이 따르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라 하는 얘기를 듣기 쉽고 실없는 사람이란 얘기를 듣게 된다.

 

▲지광 스님
법문을 듣는 것은 그를 통해 부처님의 행을 하여 지혜로운 삶을 열고 해탈열반의 길을 증득하자는 데 있다. 그렇기에 말과 행동이 어긋나면 훌륭한 법사의 길을 갈 수가 없다. 법사의 길은 갖추어야할 요건이 참으로 많은 길이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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